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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하는 사서를 아십니까?

PART III_조직_1.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

전국적으로 다양한 도서관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흔히 '공공도서관'이라고 호칭하는 도서관 중에서 평생학습관이라고 불리는 도서관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곳이 지자체 교육청에 소속된 공공도서관이다. 서울시에도 2020년 현재 총 22개의 교육청 소속 도서관, 평생학습관이 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 한 후 처음으로 근무했던 강남도서관도 서울시 교육청에 소속된 공립 공공도서관으로 교육청 소속 도서관이었다.


교육청 소속 도서관은 시도 교육청이 상위기관이기 때문에 지자체 공공도서관에 비해서 운영되는 독서문화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내가 강남도서관에 근무했을 때에도 서울시 교육청 산하에 초등학교 내에 도서관 재개관이나 컨설팅 업무 지원을 했었다.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의 사서 정규직으로 일하려면 공무원 시험을 봐야한다. 시험 전형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면접시험으로 나누어진다. 응시 자격 조건은 준사서 이상 소지자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여기서 준사서는 전문 대학교에서(2년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거나 사서교육원(학사학위를 소지한 사람이 1년 사서 양성과정을 수료)을 졸업하면 주어지는 사서 자격을 말한다.


필기시험 과목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시험을 준비한 2002년경에는 사회, 전공과목(자료조직법) 두 과목을 봤었다. 당시에도 1년에 총 10명 미만의 채용공고가 났었기 때문에 시험 경쟁률은 엄청나게 높다. 서울시 교육청 사서 채용시험은 거주지 제한도 따로 없었다. 그러기에 시험에 응시하는 응시자 수는 천명을 넘기도 했다. 특히 교육청 소속의 사서의 경우에는 매년 일정 인원을 선발하기보다는 몇 년 정도의 소요 인원을 한꺼번에 대거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매년 정규적인 사서 채용공고는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는 2013년도부터 공무원 응시과목 개편에 따라 수험과목을 응시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2019년도 제주도에 거주할 당시에 내가 응시했던 제주특별자치도도교육청 지방공무원 사서 임용 시험은 총 2명을 채용하는데 34명이 지원했었다. 서울이나 경기도에 비하면 경쟁률이 17:1로 낮은 편이었다. 그 이유는 제주특별자치도 내에는 대학교에 문헌정보학과가 없기 때문에 거주지 제한 등으로 타 지역과 비교하면 응시자가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시험과목은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필수과목은 국어, 영어, 한국사 3과목을 무조건 봐야하고, 선택과목은 문헌정보학 전공과목인 자료조직개론, 정보봉사개론, 사회, 과학, 수학, 행정학개론 중에서 응시자가 2과목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시험은 총 100분 안에 각 과목별로 객관식 20문제씩 100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그렇지만 100분 안에 1년 정도를 준비한 시험이 결정 나는 것이다. 사서 직종을 선택해서 시험을 보더라도 선택과목을 문헌정보학 전공과목으로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예전과는 바뀐 점이다.


그래서 일부 응시자들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사서직으로 변경해서 재도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2019년도 6월 18일 오전 9시 20분까지 고사장에 입실해서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총 100분 동안 사서직 공무원 시험을 보고 나왔다. 제일 놀랐던 점은 고사장에 정말 20대 청춘들이 넘쳐났다는 것이다. 요즘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하던데 졸업예정자들의 취업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장벽 또한 더 높아진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시험 필수 과목 중 국어 과목은 고전문법, 사자성어 등 고등학교 때 배웠을 법한 문제들과 영어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과 독해 지문도 생각보다 길고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정답을 찾는 그야말로 시험 영어였다. 그리고 한국사는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배웠던 내용에서 더 세세하게 암기해야만 풀 수 있었고 역사를 잘 이해하고 암기해야 하는 문제들이었다.


고사장에서 20대 청춘들에 둘러싸여 100분 동안 100문제를 풀고 찍고, OMR카드를 마킹하면서 마지막으로 들었던 생각은 다시는 내 인생에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것은 이번이 끝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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