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I_사람_2. 교사 vs 공무직 사서
경기도 내 초등학교 학교도서관에서 계약직 사서로 근무하면서 내가 서비스하는 이용자가 학생, 교사, 학부모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반 공공도서관처럼 다양한 민원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다. 내가 학교도서관에 근무했을 2006년 부터 2008년도에는 도서관 담당자는 국어과 교사가 별도로 맡고 있었고, 도서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근무하는 사서는 도서관 담당 교사를 보조해주는 보조자의 역할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도 학교에서는 사서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지 않았고 도서관 운영계획이나 도서관 관련 업무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결재는 도서관을 담당하는 교사가 담당했었다. 사서가 도서관 운영계획안이나 독서프로그램들을 기획하여 도서관 담당 교사에게 전달하면 그 담당 교사가 기안을 상신하는 형태의 업무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학교에 근무할 때는 사서와 비슷한 처지로 고용된 영양사, 상담사, 과학실 보조, 행정실에 사무보조 선생님들과 친해지게 된다. 간혹 학교 도서관을 자주 찾는 교사들이 있는 경우는 그 교사들과 친해지게도 된다.
경기도에 위치한 신생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함께 근무했던 교사들도 20대 후반에 젊은 교사들이 많았고, 도서관 활용수업도 활성화 되어있는 분위기였다. 도서관을 담당했던 당시 4학년 담임 선생님은 내가 하고 싶은 업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다. 그래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도서관 사업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원봉사자 교육도 할 수 있었다. 퇴근길에는 차가 없이 지하철로 출퇴근했던 나를 위해 항상 근처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시기도했다.
교장선생님도 신생학교의 첫 교장선생님이셔서 학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으셨고, 특히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다. 도서관에 있던 대형 어항을 무척이나 사랑하시기도 했다.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외부 손님을 초대할 때 도서관에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나는 도서관 환경미화에 늘 신경 써야 했지만 도서관에 관심이 없는 분보다는 그나마나았던 것 같다.
당시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영양사는 나보다 한 살 어린 같은 또래이기도 해서 금방 더 친해지게 되었다.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나는 영양사와 친구처럼 가까워졌고, 우리는 함께 임용고시 준비를 하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교사와 계약직인 나는 신분의 차이도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매우 달랐다. 나는 대학 때 교직을 이수해서 사서교사 자격증이 있기도 했고, 사서교사가 된다면 뭔가 더 안정적인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학교를 다니면서 임용고시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임용고시 합격이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아니었다.
사서교사는 특히나 매년 일반 교사처럼 채용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2007년 당시에는 경기도의 경우 사서교사 채용공고가 두 세명이면 많은 것이었다.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전혀 없기도 했고, 최대 2명에서 3명 사이였던 걸로 기억된다. 사서교사 임용고시가 소위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퇴근 후에 도서관에 남아서 교육학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영양사 동생과 같이 듣고 서로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그 때 함께 공부했던 영양사 동생은 12년이 지난 지금 임용고시는 포기하고 학교 기간제 영양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당시에 분기별로 진행했던 경기도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들을 위한 교육에서도 서울에 위치한 송곡여고 사사교사인 ‘이 덕주’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과 다양한 일들을 재미있게 꾸려나가는 모습이 마냥 부러웠다. 나도 정식 사서교사가 된다면 수업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공무원 시험공부는 이제 정말 그만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20대 중반에 이미 다양한 공무원 시험 공부를 했기도 했고, 법원도서관 사서직, 서울시 교육청 사서직,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직, 경기도 지방직 사서공무원,그리고 사서교사 임용고시까지 시험 준비만 하다가 나의 20대를 대부분 보냈기 때문에 사서직 공무원 신분은 포기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