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I_장소_2. 훈남 사수 대작전
도서관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이용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할 때는 이용자보다는 도서관 내에서 함께 근무하게 되는 공익근무요원들이 사서들 사이에서는 매우 핫한 이슈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 중에는 느지막하게 군대에 지원하여 소위 방위로 낙찰 받은 법조계 입문을 준비하는 요원도 있었고, 연예인 못지 않는 훈훈한 외모로 자체 발광하는 공익근무요원들도 있었다. 그래서 부서별로 어떤 공익근무요원과 함께 일하게 되는지도 한 해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다.
각 부서별로 공익근무요원이 2명에서 5명까지 함께 근무했기 때문에 사서의 업무에 있어서도 공익근무요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게 사실이었다. 내가 근무했던 수서정리과에는 이슈가 될 만한 핫한 공익근무요원은 없었고 나와 함께 근무했던 요원은 말 수 없고 조용한 공익근무요원 2명과 함께 근무했었다. 그래도 크게 문제없이 사서의 업무를 많이 보조해주었고, 장서인 찍기 등 단순한 작업들도 공익근무요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에게는 업무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당시에 자료조직과에 핫한 공익근무요원이 있어서 일부러 그 공익근무요원을 보려고 내가 근무했던 수서정리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위에 있는 자료조직과에 찾아갔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도 시험을 보고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하는 사서가 있었고, 나와 같이 계약직 형태로 1년, 6개월 단위 등 일용직 사서도 있었다. 역시 이 곳도 철저한 계급사회였다. 이런 계약직 사서들의 경우는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바로 입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20대 중반에 한참 연애에 민감한 여자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어서 더욱 남자 공익근무요원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퇴사하기 전에 실제로 공익근무요원과 공무원 신분의 사서가 결혼까지 골인하는 커플도 있었다. 공익근무요원은 고시를 준비했던 고시생으로 그들은 퇴근 후 비밀 연애를 하고 근무 중에는 철저하게 연애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공익근무요원과 사서의 나이 차이도 제법 있어서 연하의 공익근무요원 남편을 도서관에서 심지어 같은 부서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훈훈한 비주얼의 공익근무요원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그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이 나름 활력소도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공익근무요원과 커플이 된다거나 그런 핑크빛 연애스토리는 없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