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의 다지 Dec 17. 2023

대학은 필수템인가요?

두 번째 편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첫 번째 편지가 잘 도착했다니 다행이야. 오늘은 대학에 가야 할지 말지 고민하며 도통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던 너에게 과연 대학은 인생에 필수템인지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해. 참, 필수가 아니고 왜 필수템이냐고? 슬프게도 대학 졸업장을 포함해 우리의 모든 경험들이 취업 시장에서는 '스펙'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이 되기에 이렇게 적어봤어. 


우연히 너의 어머니가 통화하는 걸 보았어. 네가 대학이 아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싶다고 했다고.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냐고 하니 그건 모른다고 해서 걱정된다고. 초등학교 시절 나름 영재소리를 듣고 자라며 인문계에도 쉽게 진학했던 너에게, 그래서 적어도 내년에는 서울에 있는 공대 어느 곳에 무난히 합격을 할 거라고 예상했던 부모님께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을 거야. 공무원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꿈도 없이 원하는 미래도 없이 선택한 길 같이 들려서.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재작년 퇴직을 하셨던 아버지까지도 그 결정에 화를 냈으니까.


나도 부모님의 말에 동의를 한다고 하면 아마 크게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겨우 10년 차이 밖에 안 나는데 너무 세대차이가 난다고 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확실히 말해줄 수 있어. 대학을 간다는 것은 너에게 아주 단단하고 거대한 힘이 되어줄 것이고, 너의 모든 것들을 바꿔 놓을 수도 있을 만큼 강렬하고 멋진 경험이라고!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의 대학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대학에 와서도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아니야. 왜냐면 나는 그 둘 다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나에게 대학은 지치고 따분했던 그래서 가끔은 없어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삶에서 3가지 터닝 포인트를 찾게 해 준 고마운 곳이었어. 건강한 경쟁과 치열한 공부 끝에 얻은 '내가 세상에 쓰임이 있는 존재구나! 그리고 내가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구나!'라는 자존감부터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고 있구나! 이런 사람들과 잘 맞는구나!'라는 취향까지 알아갈 수 있었으니까. (물론 처음부터 대학이 나에게 그런 곳은 아니었어. 이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해줄게!)


대신, 대학생활이 너에게 행복을 줄 수 있고 너의 인생에 필수템이 되려면 2가지 조건을 꼭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첫 번째,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것! 아직도 그런지 몰랐는데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대학 지원을 할 때 학교 랭킹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더라고. 1학년 때 학과를 결정하지 않는 학교들은 상관이 없겠지만 한번 입학을 하면 과를 바꿀 수 없는 학교들도 많으니 지원서를 작성할 때는 그 무엇보다도 내가 배우고 싶은 공부는 무엇인지, 그 공부를 했을 때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지 오랫동안 고민해 보자. 나는 운이 좋게도 원하는 과로 전과를 해서 대학을 졸업한 케이스지만 그 과정은 정말 어려웠고, 전과를 한 후에도 꽤나 오랫동안 외로웠거든. 아! 그리고 남들이 낮은 대학이라고 폄하를 하더라도 너무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해. 학교의 프로그램들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의미 있는 대학생활을 하고 더 빠르게 원하는 일을 할 기회를 잡은 사람도 아주 많거든. 


두 번째, 정말 대학이 필요하겠다고 느껴질 때 선택하기! 사실 한국에서는 바로 입학을 하지 않으면 입학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워. 원하는 공부가 이미 있다면 바로 가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렇지는 않은데 말이야. 그래서 독일의 경우에는 수능이 끝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년간의 갭이어를 가지면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고민을 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만났던 친구들이 다 독일인이었던 것 같기도 해) 나도 19살 때는 다른 길이 있는 줄 몰랐고, 알더라도 그렇게 행동해선 안된다고 믿었어. 다른 방법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교환학생과 워홀 그 사이사이 배낭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에는 공부를 하기 위한 다양한 길이 있고,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행복하게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와 목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지. 그리고 그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지에 따라 많이 바뀌더라. 19살 때 이걸 알았다면 어땠을까? 남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남들이 좋다는 대학에 떨어졌을 때 그렇게 좌절하고 모두 놓아버리고 싶었을까? 처음 대학에 갔을 때 흐리멍덩하게 살았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 같아. 


대학이 필수템인지 고민하는 이유는 다른 친구들을 따라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따라서 준비하고는 있지만 아직 '너만의 이유'를 찾지 못해서라고 생각해.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다니게 되는 대학이 네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에 필요할지 아닐지 모르겠다면, 혹은 아직 그 꿈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거든 조급해하지 않고 그것을 찾기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 누군가는 그 결정이 아주 멍청하고, 위험천만하다고 말해도 그 결정권이 나에게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과는 속도가 다른 법이거든. 물론 1년, 1년 반 등 마감 기한과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행동 리스트는 꼭 작성해 두는 걸 추천해. 우리는 노는 게 아니니까. 


이 고민을 시작으로 너 자신에 대해서 더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고민이 누구에게나 당연하고 필요한 과정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우린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 오늘의 편지가 너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이전 02화 용의 꼬리 vs 뱀의 머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