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아이는 책을 싫어할까?

내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by 정희정

나는 책을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모르고 자란 어른이었다.


책에 돈 쓸 줄도 몰랐고 내 돈으로 책을 산 적이 없었다!

책이 좋은 것은 누구나가 다 안다. 나도 알고 당신도 안다.

아이들도 알고 어른도 안다.


하지만 책이 좋다고 해서 누구나가 다 좋아하진 않는다.

책을 좋아하려고 애써도 보았다.


병원간호사로 일하던 시절, 나는 책을 좋아하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 몇 권 읽었는데?

나 책 많이 읽었지?

이렇게 뽐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워낙 책을 싫어했고, 책에 돈 쓸줄도 몰랐던 나였기에

병원근무 외에 남는 시간동안에 책을 읽고 권수를 늘리고 싶었다.

단순히 그런이유로 일년에 100권을 읽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한권, 두권, 읽어나가는 책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도 있었고 재미없는 책도 있었다.

한번 집어들면 첫 페이지부터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 힘든 날도 많았다.



내가 모르던 사실을 알게된 책도 있었다. 폼페이 관련 소설을 나에게 그런 자극이 되어주었다.

어떤 책은 정신분석학적인 정신과질환을 다룬 책이었고 나름 유명한 책이었다.


나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재미를 찾으면 읽어나갔다.


1년에 100권의 목표를 세우고

한권 두권 쌓이다보니 100권 정도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단순히 책을 권수를 채우려고 시작했기에

목표를 달성한 건 맞았지만,

도통 책이란 녀석을 왜? 도대체 왜?

읽어야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왜냐면.

크게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읽기 힘든 책이 있는데

그런 책을 처음부터 꾸역꾸역 참으면서

읽어나갔기에 책은 오히려 더 멀어졌다.



책은 과제가 되었고 숙제가 되었다

의무감이었고 나에게 책임감이었다.

부담이었다...



세상에 이런 재미있는 책이 있었다니!


그러던 내가 어느 한줄기의 빛처럼

책 하나를 만나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고 김포에 거주하면서

집 가까이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을 우연히 드나들었는데 그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짧지만 길지도 않은 내용이었지만,

마흔이라는 나이가 의미하는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작가가 소소히 적어내려간 유머러스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만났다.


내가 책 읽는 방법을 모르고 살았구나?


나는 책 읽는 방법을 모르고 살았다.

우리는 흔히 책이라고 하면 교과서를 떠올리고

학창시절에 꾸벅꾸벅 졸음을 유발하는 책을 떠올린다.


교과서는 처음부터 진도를 나간다.

그래도 모든 책이 그런 줄 알았다!!


책을 몰랐기에

책 읽는 방법을 몰랐기에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책은 그게 아니었다.

책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읽어도 되고

처음부터(특히 소설처럼) 스토리를 따라 읽어나가도 된다.


책은 무거운 존재가 아니었다.

책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는데,

책은 제대로 알게 되고 나서는

책을 가볍게 대하기 시작했다.


책이라고 다 같은 책이 아니었다.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다.

일하다가 뒷 차에 내 차를 들이받은 사고를 당했다.

119를 통해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겉으로는 큰 외상이 없었다.

하지만 내 다리는 접혔고 몸은 한껏 위축되었다.


집 근처에 교통사고로 입원가능한 한방병원에 2주간 입원했다.

외래진료실 대기실에는 낮은 책장에 책들이 꽂혀있었는데

책들이 오래되었고 낡아보였다.


한방병원에서는 물리치료하고 밥먹고 산책하고

한가한 시간이 너무 많았는데,

책을 볼 시간도 많았다.


진료실에 오래된 쉽게 손이가지 않는 책들은

나에게 관심을 끌지못했다.


집에 있는 책들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하고

보고 싶은 책을 주문하고 새로운 책을 접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책을 보거나 글을 적기도 했다.



내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첫째. 잠자기 전 10분이다.


잠자기 전 시간은 고요하다.

대부분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7~8시.

서둘러 밥을 먹고 아이들을 씻기거나 놀아준다.

티비를 보기도 하고 아이패드, 휴대폰으로 유투브를 본다.


잠들기 전 잠잘 시간임을 알리고 자연스럽게 수면등을 켠다.

은은하고 노란빛이 나는 수면등은 잠자기전 책읽어주기의 일등공신이다.

밝은 형광등은 잠들기전 취침등으로 어울리지않는다.


보고싶은 그림책을 골라온다.

바로 잠들지는 않기에, 조금더 놀다가 이제 잠잘 시간임을 알린다.

함께 누워 책을 편다. 엄마아빠 무릎에 앉혀도 좋다.


어떤 책이든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시작해본다.

뽀로로책, 공주책, 응가책, 어떤 책이든 침대위는 책들의 파티가 된다.

한권이 두권이 되고 다섯권이 될수도 있다.

눈이 감겨도 읽어주려노력한다.


그렇게 잠들기전 잠자리 독서는 나의 아이들에게 잠자기전 친구가 되었다.


둘째. 엄마부터 책에 재미들이기다.


책이 재미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다. 책은 재미다.

재미가 있어야 본다.


유투브는 왜 볼까? 재미있어서다.

알록달록 색깔과 재미있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알고리즘을 따라서 다른 유투브가 연결되고

아이들도 유투브를 좋아하고 눈을 떼지를 못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책, 예쁜 책, 귀여운 책, 웃긴 책

이런 책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골라야 한다.


역시 엄마가 좋아하는 책이 아이도 좋아한다.

엄마의 취향이 처음에는 아이의 취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책을 많이 접하고 읽어줄수록

아이도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게 된다.


책도 종류가 있다.

재미있는 책 재미없는 책

손이 가는 책 손이 가지 않는 책

새로운 책 오래된 책

보고 싶은 책 보기 싫은 책


당신이라면 당신의 아이라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단연 재미있는 책, 보고 싶은 책, 손이 가는 책, 새 책을 고를 것이다.


이 처럼 어떤 책을 선보이고 읽어주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아직 아이들은 책을 모르고

책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책을 접할 때일수록

아이들이 눈이 가고 손이 가는 책을 위주로 골라주고 사 주자.


나 역시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싫어하는지

30이 훌쩍 넘은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책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에

책이 많이 어려웠고 부담스러웠다.


재미있는 책을 접하고 난 뒤에야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을 돈 주고 살 수도 있게 되었다.


세상엔 이렇게나 재미있는 책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셋째. 보지 않아도 좋다. 많이 보여주어라.


꼭 읽어야 할까?

꼭 처음부터 읽어야 할까?

꼭 끝까지 읽어야 할까?

꼭 질문하고 독후감을 써야 할까?


읽지 않아도 좋다.

군데 군데 재미있는 부분만 읽어도 좋다.

처음 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독후감을 쓰지 않아도 좋다.


이건 엄마도 아빠도 어른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나 역시 책을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물론이고 학생이 되고 교과서에 파묻히면서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어른이었다.


책 싫어하는 어른은 상당히 많다!!


엄마가 책을 싫어하는데 아이는 책을 좋아할까?

억지로 읽으라고 한다고 해서 읽지 않는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읽으라고 던져주는 책이 내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가서 직접 골라보고 만져보고 산 책은 내가 읽게 된다.


아이에게 필독서라서, 베스트셀러니까, 유익한 내용이니까 골라온 책이

아이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저 언젠가 읽을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으니

눈에 보이는 곳곳에 놓아둔다.


화장실 앞 전면책장에 꽂아둔 어느 날,

머리를 말리다가 들추어 보기도 한다.


책은 그런 것이다.

강요가 아니라, 의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어른도 책을 자연스럽고 가깝게 지낼 수 있다.


나는 매일 올라오는 신간을 주로 살펴본다.

신간은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고

아이도 어른도 구분없이 읽고 싶고 보고 싶은 책들이 매일 선보인다.


선입겹없이 편견없이 고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신간 코너에 올려진 책들 중에 보고 싶은 책은 바로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매달 양육수당이 들어오는 날 나는 책을 결제한다.


적금통장에 적금을 붓는 대신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양육수당을 내 아이들을 위한 책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의 책에 대한 투자는 아이의 인생에 크나큰 밑거름이 될것이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의 아이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 싫어하던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는 아이들을 곁에 두게 되었다.


그 비결은 바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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