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by 정희정

오늘은 책방에 가기로 한 날이다. 내가 알아서 책방에 가는 날이 오다니. 예전 같으면 생각하기 어려웠을 일들.. 그렇다고 책이 만만한 것도 아니고, 책이 쉬운 것도 아니다. 다만 예전보다 책이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조금 더 친해진 것 같다.


책을 보물?처럼 대하던 날도 있었고 버리기 어려운 읽기도 쓰기도 어려운 책으로 대한 날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어려운 책이 많다. 책방 대표님으로부터 추천받은 도서 중 하나는 내가 소화해내기 어려운 책이었다. 책 한 권을 읽으면 책을 독파한다는 말이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어느 정도 책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나는 추천받은 도서를 처음 몇 장을 읽어 내고는 아직 독파해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이 책을 독파해내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남편은 책을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버린다. 엄마들은 알 것이다. 집안의 소소한 살림살이들이 얼마나 많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잡동사니가 필요한지. 아이가 커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옷, 신발, 책들이 차고 넘치는 어느 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잡동사니를 비우고 안 그래야지 하면서 또 채운다. 왜냐하면 필요하니까.

나도 자라고 아이도 자란다. 키도 크고 마음도 성장한다. 성장한 큰 키에 맞추어 옷을 사듯이 책도 그런 거다. 아이의 마음이 성장했다는 의미니까. 지금 내 아이의 방에는 애니메이션 만화책들이 자리한다. 그림책으로 서로 마음을 읽고 소통하던 어린이 시절이 지나고 혼자서 글을 읽어내던 날들이 지나고 이제는 혼자서 책도 고르고 책도 보는 책을 즐길 줄 안다. 그림책에 빠지던 시절, 만화책에 빠지던 시절. 모든 순간들이 아이에게는 의미 있다. 선정적이거나 과격한 내용만 아니면 언제든 옳다. 내 아이의 선택을 믿는다.


유독 깨끗한 책이 있다. 내가 알리딘 어플을 보고 고른 책이지만, 막상 받아 들고 보니 그닥 그닥인 책이다. 나의 취향과 마음에 와닿는 옷이 있듯이 책도 그러하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내 마음에 맞지 않는 책이 있다. 그래서 몇 장 스르륵 넘겨보다가 와닿지 않으면 그대로 책꽂이에 꽂히는 거다. 한동안 자리만 차지하다 최근 새책들을 정리해버렸다.

지금 안 보는 책은 하루 이틀 지난다고 보지 않는다는 걸 안다. 아이도 함께 책장에서 책을 골라내었다.

책을 팔았다. 그냥 버리기에는 아쉬운 책은 기부하거나 어느 기관에 비치해두는 게 좋은 것 같다. 집 근처 알라딘 매장에서 보지 않는 책을 팔았는데 10여만의 돈이 들어왔다. 나쁘지 않다.


책이 나에게 왔다가 나를 통과해나간다. 오늘도 한 권, 내일도 한 권. 책을 다 보지는 않는다. 집에 책이 많기는 하지만, 자주 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잠자기 전 몇 페이지는 들추어본다. 책은 그런 존재 같다. 내 침대 근처에 머무르는 존재, 잠이 안 올 때 펴 볼 수 있는 존재. 오늘도 난 그런 책을 만나러 책방에 간다.


책방을 만나면 따듯하고 포근하다. 나도 그런 책방을 열 수 있을까? 좋은 책을 선물해준다는 의미, 내 마음이 깃든 책을 추천해준다는 의미. 조금 더 책과 친해보라는 의미. 책은 나에게 그런 의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다시 브런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