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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r 11. 2024

책방은 쉬지만 원고는 쉬지않는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한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 때도꽤나 유용한 블루투스 키보드. 핸드폰 하나 달랑달랑 가지고다니면서 작은 가방속에 부담스럽지 않은 이 키보드 하나만 있으면서 카페에서든, 햄버거 가게에서든, 집에서든 바깥에서든 나만의 글을 펼칠 수 있다.


오늘도 월간그림책에서 의뢰들어온 그림책 관한 원고를 적기위해 키보드와 핸드폰을 들고 나왔다. 작은 가방에는 나의 3총사가 있다. 빨간색 지갑과 핸드폰, 그리고 이 조그마한 블루투스 키보드다.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에밀리 보레 글, 뱅상 그림의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그림책은 오늘 나와 함께한다. 왠지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하얀색 고양이가 삐죽 튀어나와 있고 어린 조그마한 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표지가 우리를 반긴다. 어떤 그림책일까?


그림책 이야기는 언제나 친근하고 익숙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롭고 신선하다. 새로운 그림책을 받아들면 왠지 모를 흥분과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약 1년전 인가? 월간그림책에 원고를 올린적이 있었다. 우연히 나의 글을 접한 담당자님이 나에게 연락을 취해오셨다. 당시에도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적는다는 사실이 살짝 부담스러우면서도 왠지 즐거웠다. 그런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걸까?

월간그림책에 실린 나의 원고를 본 선생님이 감동스러운 후기를 남겨주기까지 했다. 앞으로도 쭈욱 나의 원고를 글 속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무언의 압박이랄까? 왠지 기분좋은 칭찬과 덕담이다.


책을 보고 글을 쓰고 그림책을 보고 그림책을 전한다. 우리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 재미있는 그림책을 보여주고 싶다. 나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방에도 그림책을 한권한권 진열해둔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내가 운영하는 책방은 김포 구래역에 위치해있는데, 바깥에서는 보이지않는 구조에 있다. 처음 책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숨은그림찾기 하듯 책방을 찾아서 온다.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바깥 외부에서도 찾기쉬우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골목 깊숙이 들어와야하고 간판도 처음 찾기에는 잘 보이지않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책을 찾고 책을 알기위해 찾아오는 책방 손님들의 진실함이 눈에 보인다. 주말인 토요일에도 그랬다. 어느 네이버카페에서 나의 글을 본 한 분의 독자가 나의 책방에 방문해주었다. 약속한 시간이 살짝 지나갈 무렵, 책방을 들어서는 순간, 나에게 미리 연락을 준 '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최고그림책방에 찾아온 손님은 나의 독자이고 팬이기도 하고, 같은 김포 지역에 사는 지역 주민이기도 했다. 책을 펴낸 작가님이기도 했다.

손수 직접 출간한 책 두권과 티 코스터를 가지고 나에게 선물이라며 내미는 모습이 정겹다.

책방을 열게 된 역사를 대화하면서 풀어본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사업자를 등록하고 상가를 보러다니던 바로 작년의 일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책방 운영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퀘스트를 전달받는 기분이다. 매일매일 해야하거나, 필요한 일들이 낙엽처럼 쌓여간다. 물론 직장 다닐때도 해야할 업무와역할들이 쌓여갔지만,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내가 하지않으면 안 될' 일들이기 때문이리라.


책방은 나를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곳이기도 하기에 일종의 사명감이 따르는 것 같다. 일반 매장이나 식당, 가게와는 다른 점이 바로 '책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이 아닐까?

나는 무엇을 위해 책방을 열었고, 어떻게 책방을 운영할 것이며, 누구와 함께 성장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책방을 요모조모 활용해가며 운영해나갈 것인가. 그에 대해 답을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찾아야하는 것이다.

책방에 찾아온 손님들을 대할 때면 그림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성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그림책성교육 강사이기도 하기에 '부모도 함께 알아야 하는'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전파하고 알리려고 한다. 아이만 성교육 받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성교육 받아본 적이 없는' 어른인 부모도 성교육에 대해 인식의 전환점, 인식의 변화를 경험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작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김포의 한 자그마한 책방에서 책도 쓰고 책도 추천받고, 성교육도 받으며 부모도 아이도 무럭무럭 성장해나갔으면 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존을 위해' 작은 행동을 시작한 책방 주인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든든한 편이 생겼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왜 이렇게 문이 닫혀있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을듯하다. 그럴때면 무인책방으로 팻말을 돌려두고 책방을 비우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무인책방에 와서 그림책을 고르고 책을 고르고 사갔으면 좋겠다. 책방이라는 매장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책이라는 상품을 '재미'를 생각하며 골라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책은 재미다. 이것이 내가 진심으로 추구하는 바다. 최고그림책방에서 재미있는 그림책, 재미있는 만화책, 재미있는 책을 만나고 보고 즐겼으면 한다. 최고그림책방이 당신에게 재미로 다가갔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혹시 아는가? 어느순간 김포에 그림책 거리가, 책 거리가 생길 지도 모른다. 책방이 불모지였던 구래역에 서점이 책방이 하나둘 생겨났으면 좋겠다. 토요일에 찾아온 나의 독자도 '책방 열기'가 꿈이라고 했다. 미래 책방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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