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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Feb 19. 2024

책방에 저울이 필요한 이유

"한 번 재볼까?"


저울에 책을 올려본다. 420g.

맞다. 나는 책을 저울에 무게를 달아본다.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에 상품을 올린 이후, 종종 택배를 보내기 때문이다. 로지아이 택배홈페이지를 이용하는데 500g 이하와 그 이상으로 택배가격이 달라진다. 미리 초소형인줄 알고 등록해두었다가 여러번 퇴짜를 맞고는 (용량을 초과했으니 다시 시도하라는 말과 함께) 그 이후로 이렇게 저울에 책 무게를 달아보고 있다.


언젠가부터 나는 네이버알람을 기다린다. 네이버카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네이버스토어 알림이다. 책방을 오픈하고 나는 스마트스토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연히, 혹은 막연히 스마트스토어를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누구다 다 알고, 다 한다는(?) 오해를 가지기에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사실 스마트스토어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내가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세상을 말이다. 컴퓨터를 좀 만진다는 남편에게 물어봤지만, 컴퓨터를 아는 것과 실전 쇼핑몰을 운영하는 건 확연히 다른 이야기다. 나름 기대를 하며 물어보았지만, 남편의 모른다는 답변에 '내가 어떻게?' 라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모르지만 또 못할건 없다는 생각에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나는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하고 시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다른 스토어를 살펴보기도 하면서 나만의 스토어를 얼렁뚱땅 만들어나갔다. 이름은 있으니, 최고그림책방으로 명하고 사진은 딸아이가 그려준 이미지로 세팅했다.


그림책달력은 늘 나의 구성품목에 있었기에 '그림책달력' 이라는 품목을 만들었고, 비대면 강의를 하나 둘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주로 사용하는 미리캔버스 라는 툴을 이용했다. 그림책성교육 비대면강의, 글쓰기 강의를 호기롭게 올려보았다. 역시나 연락이 없다. 혹시 몰라 올려두었는데 역시 연락이 없었다.


책방에 있는 책들을 정리하다가, 소장용 책을 가만히 보았다. 책이란 건 한창 느낌이 통할 때, 혹은 필요에 의해서 한창 보다가 어느순간 책꽂이에 꽂히는 순간이 온다. 그런 책들은 그대로 꽂혀있거나, 어느순간 다시 꺼내어지기도 한다. 책꽂이에 여전히 그대로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 둘 꺼내어본다. 그리고 스마트스토어에 하나 둘 올려본다.


띠링 띠링~ 스토어 신규주문이라는 알람이 처음으로 뜨기 시작했다!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클릭해보니 신규주문이 맞다. 중고도서이기에 가격을 확 낮추어 스마트스토어에 올려두었다. 접힌 자국도 있고, 내가 끄적인 메모들도 있다. 어느책은 정말 깨끗했고, 어떤 책은 밑줄이나 형광펜 줄이 그어져있었다.

소장용 책이라고 해서 (작가가 읽은 책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책을 받았을 때, 밑줄 그어진 부분이 극도로 불편하거나 책 상태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나역시 환불을 진행해줄 생각도 있었다. 모든 사람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개개의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하는 용기도 필요한 법이다.


처음부터 신규주문 알람을 알아차린건 아니었다. 사실 네이버스토어 알람 설정을 어떻게 켜는 지도 몰랐고 (그게 꺼져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어느순간 들어온 주문에 나는 주문확인을 전혀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구매자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며칠이 지나도록 발주확인은 커녕, 발송처리 조차 되지않았으니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고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묵묵히 기다리다가 시일이 어느정도 지나 취소요청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행히 발송일자가 어느정도 지나면 취소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2건의 발송처리 를 놓치는 바람에 패널티를 2점 부여받게 되었다.


그런 상황을 처음 겪고 나서, 조금더 세심하게 스마트스토어를 점검했다. 누군가가 나의 스토어에 들어온다는 사실도 알았다. 주로 사람들의 관심분야는 '자기계발' 이었다. 내가 주로 탐색하고 즐겨보았던 자기계발 도서를 사람들 역시 중고도서로 구매하는 것 같았다.

소장용 책에 묻혀있던 상태좋은 책들을 하나둘 꺼내었다. 상품 등록을 할 때는 책의 이미지와 ISBN 번호 뿐만 아니라 출판사, 작가 이름도 적어야 한다. 기본 배송정보 등록도 필수다. 책의 이미지는 알라딘이나 온라인서점에서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실제 책을 찍어보기도 한다. 50000원 이상인 경우는 무료배송이라는 문구도 확인한다.


오늘오후 으레그런듯 스마트스토어에 한번 스윽 들어가보았는데, 리뷰가 달려있는 걸 발견했다. 뭐지? 약간은 설레는 기분으로 (좋은 리뷰인줄 알고) 클릭해 들어갔는데 생각과는 달리 부정적인 리뷰였다. 책 상태가 별로였다는 리뷰를 확인했다. 순간 내가 책 상태를 제대로 꼼꼼이 확인하지 않았구나 뜨끔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조금 속상했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아까 본 리뷰를 다시 확인해보고 마음을 가다듬어 '죄송하다는 ' 답변을 달았다. 앞으로는 책상태를 조금더 꼼꼼이 확인후 최상의 상품을 고객님에게 전달하겠다는 말과 함께 의견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도 달았다.


내가 그분의 입장이라도 책표지가 찢어져서 왔다면 기분이 굉장히 상했을 것이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포장하다가 혹은 배송하면서 표지가 찢어진것인지 어떤지는 알수 없지만 결과물이 멀쩡하지 않았다는 건 어찌되었든 판매자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렇게 판매자의 책임에 대해 하나둘 알아가고 배워간다.

책을 장사하는 입장에서, 좋은 책을 선별하고 구겨지거나 상태가 안좋은 도서는 별도로 정리를 하는 것이 맞다. 지금 당장은 여력이 없지만, 견본도서 스티커를 만들어둔 것도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견본도서'를 읽고 '새 책'을 구입하도록 해야겠다는 나름의 미래포부를 드러내보인 것이기도 하다.

하나 둘 시도하고 시행하고 컴플레인을 맞딱뜨리면 하나 씩 다듬어나갈 것이다. 내가 처음 성교육을 시작했듯이,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듯이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면서 책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사람이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은 일반 물건이랑은 조금 다르다. 책을 쓴 저자의 생각이 깃들어져 있다. 책을 전할 때의 느낌이 좋다. 그 좋은 느낌을 오래도록 전하고 싶고 유지하고 싶다. 너무 낡거나 오래된 책들을 거르는 작업도 필요하다. 내가 온라인서점에서 구매한 책들 역시 너무 오래되거나 낡은 책들이 많았다. 그 책들부터 우선 검열에 들어가야겠다.

내가 받은 느낌을 나의 고객들도 받게 될 것이다. 좋지않은 느낌은 나에게서 끝내고 싶다. 책방에 오는 손님들에게 따듯하고 좋은 그림책의, 책의 향기를 전하고 싶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다. 스마트스토어에 띠링 ~ 알람이 울리면 바로 확인을 한다. 처음에는 놓쳤지만, 이제는 바로 '발주확인' 버튼을 누른다. 아주 작은 일도 해보지않으면 절대 알수 없다. 내가 직접 해보면서 익숙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나는 해보지않은 '작은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나는 작은 어른이 되어간다. 오늘 당신의 작은 버튼은 무엇일까? 그 버튼을 한번 눌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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