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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Feb 07. 2024

책 쓰는 책방 하나쯤은

책 쓰는 책방 하나쯤은

오늘은 글쓰기수업이 진행되었다. 책방을 오픈하기 전부터 나는 책 쓰기 글쓰기과정을 운영해보고 싶었다. 책방에서 어떤 걸 해야 하지? 책 하나를 판매해서 남는 돈은 3000~4000원 선에 불과하다. 책방도 사업이고 장사라는 말이 맞다. 책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책방 운영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전기세도 내야 하고 월세도 내야 한다. 책방은 실제 운영하고 관리해 보니 더욱 체감한다.


글쓰기수업이 모두 유료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맘카페에서 글쓰기 수강생을 모집했다. 물론 무료다. 내가 평소 즐겨보던 글이 많아서 자주 드나들던 지역카페였다. 회원수도 제법 많아서 나름 김포에서 알아주는 카페로 성장했다.

3년 전 김포그림책모임을 시작할 때도 이곳에 글을 올렸다.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여 한 달에 한번 그림책모임을 운영해 왔다. 매달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울고 웃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 경험과 좋은 영향이 지금의 모임을 추진하기에 주춧돌이 되었다.


글쓰기수업에 참여할 회원을 모집하고 2월의 첫 시작을 알렸다. 책방에 들어오는 순간, 책방의 주인이자 손님이 된다. 느긋하게 그림책을 보고 작은 책방 속 공간을 탐색한다. 여러 번 만났던 분도 있었고 오늘 처음 만난 얼굴도 있었다. 온라인 카페에서 자주 소통했던 이들은 실제로 만나면 더 반가운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다. 온라인카페에서 익숙하게 불려진 이름대신, 오늘은 각자의 이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쓰기에서 가장 주체가 되는 건 나라는 존재다. 평소 이름을 말하기가 어색해진 엄마들의 예쁜 이름이 불린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OO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회사가 아닌 일상의 곳곳에서 내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상, 내 이름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모임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이유다.

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평소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뭘까? 어릴 적부터 독후감이나 정해진 글을 쓰기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연습은 하기 어려웠을 거다. 나 역시 나의 글을 누군가가 본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글쓰기가 두려운 건 당신뿐만이 아니다. 글쓰기를 배우건, 국어국문학과를 나오건, 독서논술학원을 다녔건 어떤 식으로든 글을 접했을 당신에게 유독 '내 이야기'가 어려운 이유는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사실 글을 잘 못쓰게 만드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나 이 정도는 써. 나 이런 말도 알아. 나 이 정도 되는 사람이야. 글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거다. 우리가 책을 볼 때도 그렇다.

마흔이 지나면서도 마흔의 쇼펜하우어나 니체와 같은 뭔가 '있어 보이는'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책의 재미는 모르겠고, 나 이 정도 책은 읽어봤어라는 걸 뽐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책이나 글이나 매한가지다. 잘 보이려 할수록 재미가 없다. 이건 명백한 진리다. 나는 걸음마단계인데 뛰려고 하니 자꾸 헛디디고 넘어진다. 걸음의 재미를 배우기도 전에 피가 나고 다친다. 욕심을 부린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오늘 글쓰기수업에서 함께 만났던 책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잘 쓰려고 하면 할수록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더 멀어진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쓰는 건 나의 이야기고 나의 글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기 전에, 내가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었는지 살펴보면 된다.


설날이라는 주제로 글을 적으면서 연정님은 파란 썰매에 관한 추억을 풀었고, 지연님은 만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두 분의 이야기가 귀가 솔깃하도록 재미있었다. 나도 예전에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탔던 기억이 났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나의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책을 보는 것도 이와 같다. 글을 쓸 때 책을 꼼꼼히 볼 필요는 없지만, 곁에 있는 책을 들추어보면서 나의 경험이나 에피소드를 생각해 낸다. 책을 통해 내 경험을 끌어낸다. 나도 이런 적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적어 내려 간다.

글과 책은 분리되어있지 않다. 책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풀고, 나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낸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도 우리의 이야기다. 책 한 권을 달달 외워서 읽지도 않거니와 많이 읽던 적게 읽던 문제 되지 않는다.

책 속의 한 문장이라도 나에게 깨달음을 주거나, 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면 그 이야기에 대해 생각과 의견을 나눈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법도 알려준다. 책의 재미를 못 느끼던 사람들에게 밑줄도 긋고, 여백에 나의 생각도 적어보라고 넌지시 알려주고 보여준다.


책을 이렇게 봐도 돼요?


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좋았던 부분의 모서리를 살짝 접어둔 걸 보고는 흠칫 놀랐다는 회원분도 있었다. 지금의 독서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좋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좋다. 책에 가까워지고 싶어서 독서모임에 참여한 회원님은 남편에게도 책을 전하고, 남다른 책에 관한 사랑을 표현했다.


책방에서 글도 쓰고 책도 쓴다. 책방에서 독서모임도 하고, 영어필사도 한다. 작은 동네책방이지만 만능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은 건 나의 욕심일까? 지금의 작은 공간에서 재미있는 책도 만나고 함께 나누는 소통의 기쁨을 알아가면 좋겠다. 무엇보다 글도 적어보고 책도 쓰는 가치 있는 기회를 만났으면 좋겠다.


책방이 어려운 곳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책도 물어보고 글도 적어보고 책 쓰기도 배워보고. 다양한 자기 계발의 장으로 마음껏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책방도 살고 나도 살고 책과 함께하는 김포거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니까.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까?


오늘도 책방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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