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집안의 한쪽 박스안에는 아직도 책방 전단지가 많다. 미리캔버스로 전단지를 만들 수 있어서 각종 자료를 다양하게 제작하고 있다. 내가 필요한 건 내가 만들자 라는 주의기도 하다. 명함도, 예비간판도 (이전 글 참조), 각종 리플렛이나 포스터도 내가 제작하고 붙여둔다. 나름 정성을 들이면서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다. 책방을 열고 가장 먼저 만든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전단지다.
최근 2단짜리 리플렛을 만들기도 했다. 내가 운영하는 책방에서는 책 판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강의와 모임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일이 물어보거나,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쉽게 볼 수있게 제작했다. 한쪽 면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인스타, 블로그, 네이버카페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다른 쪽면에는 강의 모임 수업에 관한 메뉴를 올려두었다. 책방에 오시는 분들이 '잘 만들어 둔' 리플렛을 가지고 갈 때 흐뭇하다.
내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찰떡처럼 맞아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책방에 와서 글쓰기 수업을 듣고 책쓰기과정을 등록하는 과정이 그렇다. 글쓰기는 사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잘쓰든 못쓰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누가 조금이라도 일찍 써둔 글을 '책으로 펴내는냐가' 관건이다. 글쓰기수업을 들으러오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글쓰기에 관해 두려운 마음을 가졌던 분들이 매주 회차가 진행될수록 글의 분량이 늘어나고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는것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재미있다고 말한다.
10~15분이라는 정해진 시간동안 '나의 글'을 펴내는 일은 실로 재미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은 던져버리고, 지금의 내 일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우리가 인스타를 하거나 각종 커뮤니티에 댓글을 다는 것처럼 글도 매한가지다. 다만 책으로 펴내는 원고를 적을 때에는 원고분량이 최우선이다. 이 글이 나중에 책의 원고로 나오든 과감히 삭제가 되든, 일단 적는게 중요하다. 원고의 분량이 한페이지 두페이지 채워지면 그 후에 생각해볼 문제다. 맞춤법도 그렇다. 처음부터 맞춤법,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쓸 필요가 전혀 없다.
한글파일에서 2페이지 이상의 원고분량을 쓴 다음 마지막에 맞춤법 검사기로 돌리고, 한번 읽어보면서 고쳐나가면 된다. 글쓰기 수업이나 특강에서 전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거다. 일단 쓰세요. 원고 분량을 채우세요. 키워드를 찾고 어떤 내용을 서로 이야기했는지 생각하고, 그 내용을 글로 적으세요 라고 말한다.
글쓰기에 관심을 두는 사람, 아이들 성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독서모임이나 영어필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책이 좋은 사람이 나의 책방에 방문한다. 잘 만들어둔 명함을 가져가기도 하고, 2단짜리 리플렛을 가지고 가기도 한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자료가 된듯한 기분이 들어서 기쁘다.
자영업을 시작하면 자영업이 눈에 보인다. 내가 구래동에 책방을 열고 인근 주변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전단지와 리플렛을 가지고 가게나 매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사장님의 웃는 얼굴이 보이는가 하면, 우울하거나 무표정의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 어제도 그랬다.
구래도 햇빵 집은 롤식빵이 정말 맛있는 빵집이다. 내가 블로그에도 여러번 언급할 정도로 빵도 맛있고 사장님 부부도 정말 친절하다. 새벽 3~4시부터 빵집에 출근해서 빵을 만든다고 하는데,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속으로 매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빵을 집어들고, 인사를 건넨다. 2단 짜리 책방 리플렛을 건넨다. 사장님은 자세히 살펴본다.
"직접 만들었어요?"
"네. 제가 다 직접 만들어요~ 수업도 해요!"
빵집 사장님과 도란도란 리플렛 이야기를 나눈다. 나의 책방에 늘 관심이 두고, 이전에 내가 전한 책방 전단지를 빵집 대기석 바로 앞에 붙여두시기도 한다. 빵 관련 그림책을 처음 빵집에 진열하기로 했을 때도 적극적으로 환영해주었다. 나는 이 빵집이 정말 좋다. 빵도 맛있고 햇빵 처럼 늘 웃어준다. 구래역 2번출구에서 5분거리에 (호수공원가는 방향에) 햇빵집이 있는데 꼭 방문해보았으면 좋겠다. 내가 진열해둔 빵 그림책은 아이들에게도 인기만점이다.
하지만 다 이런 반응은 아니다. 과일을 사면서 (평소 한번씩 인사를 나누기는 했다) 똑같은 리플렛을 보시라고 전해드렸다. 무덤덤한 반응에 왠지 바로 종이쓰레기 함으로 향할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게운영을 하면서 쉽지않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내용을 들추어볼 만한데 내 마음같지는 않았다. 내색은 안했지만 괜히 더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보는 사람이나, 평소 인사를 안나누었다면 그러려니 할텐데
나름 준비해간 리플렛이 '괜히 드렸나?' 하는 생각도 드는거다. 전단지와 리플렛은 사실 단가 차이도 꽤 크다. 본전생각을 또 안할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상대방이 필요한 가치가 다르다면, 이런 반응쯤은 익숙해져야 할것이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픈데, 책을 권한다면 그 사람입장에서는 '필요없는' 가치가 되는거다.
전단지를 만들고 전단지를 붙이던 날이 있었다. 상가마다 돌아다니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에 나의 책방이 눈에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층층마다 붙이고 온 시간도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비밀번호가 없는 아파트 단지입구) 우편함에 전단지를 접어 넣어두기도 오기도 했다. 이런 일을 다 직접 하세요? 라고 묻는 다면, 이런 일도 다 직접 해요 라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처음 생기고 수입도 일정치 않은 상황에서 사람을 채용하는것도 지금의 상황에서 맞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또 있다.
10명 중에 단 한명이라도 봐준다면 감사하다. 해맑게 웃어주는 빵집 사장님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당신이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방지기로 밝게 다가가려고 한다. 최근에 읽은 어느 책에서 이야기했다. 주변이 다 부정적인 분위기라 하더라도, 내가 더 많이 다가가고 밝게 웃는 긍정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강해진다면) 그 주변의 분위기도 바뀔수 있을거라고 했다.
지금 문득 저녁시간 찾아간 편의점에서 밝게 웃던 청년이 생각난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그 청년은 인사성도 밝고 (대부분은 편의점에 들어가도 대면대면하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도 우렁차서 더 눈길이 갔다. 나도 한번더 인사해주고 근처에서 책방을 하고 있다고, 다음에 놀러오라고 오지랖아닌 오지랖을 떨었다.
전단지를 챙기면서 나의 메시지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내가 전하는 메시지와 가치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전단지는 눈쌀을 지푸리게 하기도 하고 외관상 보기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도조차 안해보고 '책방이 있었어?' 라는 말은 듣기 싫었다.
아~ 구래역 근처에 그림책방이 있었지. 거기서 책쓰기도 가르친데.
누군가 알아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나 역시 '지금 나에게 필요없는' 전단지는 종이로 분류한다. 나의 관심사나 평소 생각해둔 아이템이 전단지를 통해 눈에 들어오는 순간도 있다. 혹여라도 전단지 하나에 너무 마음쓰지 말자.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고, 단 한명이라도 내 전단지를 받아주고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감사한 일이다. 책의 메시지를 전하고 김포에서 책쓰기를 함께하자는 나의 가치가 언젠간 사람들을 통해 빛을 내는 순간이 올것이라 믿는다.
현장에서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며, 단 한명의 손님을 위해 애쓰시는 자영업 사장님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