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삶 빼기 사(死)
길고도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10월에는 연휴가 2주나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남편과 시골로 여행을 다녀올까 합니다. 다음엔 시골살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둘 다 시골이나 농사 같은 건 꿈도 꿔본 적이 없지만, NLP 코치인 내가 새로운 환경에 또 도전해 보려 작정했습니다.
작은 걸 다르게 해보는 훈련을 계속 하니, 이젠 과감하게 시골생활에도 도전하게 됩니다. 작은 훈련을 쌓은 덕에 나도 이젠 대담한 사람이 되었나 봅니다.
암흑기를 떠올리면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려고 오디오클립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 시작했는데, 매달 브런치 작가님들을 두세 명 만나다 보니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듯합니다. 이렇게 재밌고 즐거운데, 왜 그리도 사람들 만나는 걸 꺼려했는지 모르겠어요.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센터를 접고 온라인으로 전환할 때가 2020년이었습니다. 2년 동안 온라인에 적응하느라 힘들고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그 덕에 모르고 있던 온라인 세계를 알게 되었고, SNS도 할 줄 모르던 내가 나만의 브랜딩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본업인 웹소설 작가로 돌아와 출판사와 계약도 했지요.
무슨 일을 할 때 멀티플레이어가 안 돼서 답답했는데, 그동안의 훈련을 통해 멀티가 되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다르게 살면 다른 사람이 됩니다.
숱한 고난과 고통을 지나면서 깨달은 사실은,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였습니다. 아직도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내가 무수히 숨어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합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닙니다. 생각은 생각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내가 살고 있다고 생생하게 느끼도록 경험하는 게 중요합니다.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은 경험에 인색합니다. 모든 에너지가 머리로 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럴수록 몸을 움직여 에너지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한 발짝도 걷기 힘든 사람에게 뛰라는 말은 잘못입니다. 한 발짝 걷는 게 우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아니라 시간대를 바꾸는 겁니다. 그 작은 일조차 누군가에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시도의 반복은 나쁜 습관을 고치고, 내가 목표한 습관을 들이는 것에 있어서 시작입니다. 그 시작조차 하지 못하겠다면 아직도 제 생각에 갇혀 있다는 반증이지요.
삶이란 온몸으로 느끼는 자체입니다. 느낌이 없어서는 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실체 없는 생각을 사실로 만드는 것.
무가 유가 되고, 유가 무가 되는 무수한 반복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온전히 느끼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