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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Oct 24. 2022

삶 빼기 사(思)의 놀라운 법칙

제4장 삶 빼기 사(死)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얼마나 관찰을 하시나요?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더 많지 않으세요?

귀는 열어놓고 있지만, 사실 듣고 있는 게 아니지요.

그러다 보니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 말을 꺼내서 가로막거나, 제 생각을 주장합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내 생각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에요.


소통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가 어떤 필터와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그 알고리즘을 아는 겁니다.

필터와 패턴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각자의 생각과 언어 세계가 달라지는 거니까요.

그 고유의 알고리즘을 알게 해주는 것이 바로 ‘관찰’과 ‘경청’입니다.




내가 얼마나 관찰을 잘하고 경청을 잘하는지 아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 번 테스트해 볼까요?

상대의 표정, 자세, 제스처, 얼굴의 밝기, 움직임 등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그때 그 사람의 큰 변화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건 곧 내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힌트입니다. 그 변화의 폭이 클수록 감정과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때는 넘겨짚지 말고 질문을 하면 됩니다.

“방금 인상을 찡그리시던데, 무엇 때문인가요?”

또는,

“방금 다리를 바꿔서 앉으시던데, 그때 내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의식 중에 한 행동이라 아마도 상대는 의식하지 못했을 겁니다. 질문을 받고 나면 곰곰이 자신의 내면을 들어보겠지요.


“잘 모르겠는데요.”, “글쎄요.”

이런 대답이 나오면 구체적인 질문으로 들어갑니다.

“인상을 찡그리실 때 무슨 장면이 떠올랐어요?”

“소리도 들렸나요?”

“그때 느낌은 어떠셨어요?”

“감정은요?”

하나씩 질문하는 동안, 상대는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하나의 형상을 찾아갑니다.

그러면 무의식 중에 있던 감정을 의식적으로 끌어내어 볼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상대로 하여금 제 마음을 보게 만들어 주는 역할이 바로 '나'입니다. 상대가 보는 그 마음을 나도 보면서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공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관찰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만큼 상대에게 관심을 두기보다 제 생각이 더 중요하니까요.

내 생각이 상대의 마음을 앞서거나 방해가 되면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경청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온전히 내 생각을 빼고 듣기에만 집중해 보세요.

굉장히 힘들 겁니다. 왜냐하면 내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생각들로 꽉 차게 될 테니까요. 생각이 듣는 습관을 방해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듣기에만 집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내용에 집중하지 말고, 상대의 목소리 톤, 높낮이, 장단, 빠르기 등 원초적인 소리에 집중하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의 세계를 알게 됩니다.

우리는 언어의 내용에 집중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요. 소통할  먼저 영향을 받는  내용이 아니라 청각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크게 말하느냐 작게 말하느냐, 또는 부드럽게 말하느냐 거칠게 말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게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요?

그렇다면 상대를 관찰하지 않고 경청하지도 않았으며, 제 생각에 빠져 있었다는 걸 알아채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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