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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Jul 03. 2020

이 세상에 김치찌개가 없었더라면

집밥 프로젝트 2

목요일, 오늘은 시장 가는 날~

그런데 가지 않았다. 아직 반찬이 남은데다 딸이 친구네서 얻어온 묵은지와 삼겹살 두 줄과 목살이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사둔 손두부도 그냥 있어서 김치찌개 조합으로는 그만이었다.

아침부터 어디선가 김치찌개 냄새가 솔솔 나는데 군침이 돌아 연신 꼴깍댔다.

김치찌개 냄새를 어찌 참나. 냄새로만 이미 밥 두 그릇은 먹었는데.

솔직히 김치찌개만 있으면 다른 반찬은 손도 잘 안 간다.

날이 더워서 찌개나 국은 생략했는데 오랜만에 끓여본다.





육수 낼 게 다시멸치뿐.

황태 대가리와 마른 다시마도 없고.ㅠ

평소 육수 낼 때 쓰던 재료들이 있다면 같이 넣으면 된다.



들기름 한 스푼을 넣고 김치(작은 한 포기)와 양파(작은 것 한 개) 썬 것을 넣어 약불에 볶는다. 이때 김치국물도 한 국자 정도 넣는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약불에 졸인다.

푹 졸였다가 다시 육수를 넣고 끓이면 국물이 진하고 훨씬 맛있다.



국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졸여졌으면 육수를 가득 붓는다.

서서히 끓기 시작할 때 고기와 다진마늘, 고춧가루를 넣는다.

한 소끔 끓으면 고기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약불에서 좀 더 끓인다.

처음에 김치와 고기를 넣고 같이 볶으라는 레시피가 많은데, 별로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다.

고기를 너무 오래 익히면 육즙이 다 빠지고 식감도 질겨져서 맛이 없다.

고기 맛을 조금이라도 살아 있게 하기 위해 나중에 넣는다. 이렇게 하면 국물이 깔끔하다.

국물에 고기 맛이 더 나길 원한다면 미리 넣어도 좋다.

김치찌개에 고추장을 넣는 것도 봤는데 이 또한 선호하지 않는다. 국물 맛이 탁해지기 때문이다.

깔끔한 국물을 좋아하기에 고춧가루면 충분하다.


Tip. 육수는 넉넉하게 끓인다.
남는 건 따로 보관했다가, 다음에 먹을 때 육수를 추가해 끓인다.
우리집처럼 국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한 끼에 다 먹고 없으면?
육수는 또 쓰게 되어 있다.^^



마지막에 두부와 파를 넣고 끓인다.

두부가 짠 맛을 흡수하므로 국물 맛을 봐서 싱거우면 진간장 한 스푼(어간장도 좋다)과 천일염 굵은소금으로 간을 한다.

가는소금 보다 굵은소금을 넣어야 국물맛이 시원하다.

국간장도 상관없지만 진간장을 넣으면 감칠맛이 더 나는 .

칼칼한 맛을 내고 싶으면 청양고추를 넣어도 되지만, 우리집은 너무 매운 건 즐겨하지 않아 생략.



화요일에 점심 먹은 게 좋지 않아 끼니 때마다 끓인 밥만 먹었다. 나중엔 배가 고파 아픈 건지, 아파서 못 먹어 아픈 건지 분간이 안 간다.

그러던 차에 김치찌개 냄새를 맡으니 뱃속이 아우성을 친 거다.

반찬도 없이 끓인 밥으로 겨우겨우 끼니를 때우다 보니 밥다운 밥을 먹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새삼 깨닫는다.

후아~! 따끈따끈한 밥이랑 먹으니 진심 살 것 같다.

세상에 김치찌개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죽은 입맛도 살리는 김치찌개 덕에 모처럼 한 그릇을 뚝딱!




나는 내가 요리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이다.

요리를 싫어했던 사람이 집밥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첫번째. 요리하는 내 모습이 예쁘다.

두번째. 나도 잘하는 요리가 있다.

세번째. 밥다운 밥을 먹으며 맛있다고, 수고했다고 해주는 가족이 있다.

네번째. 가족이 잘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섯번째. 사먹는 게 줄어드니 식비가 절약된다.


집밥 프로젝트 4일째.
무엇이든 해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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