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더울 땐 삼계탕이지!(feat 엄나무)

집밥 프로젝트 3

by 날자 이조영


월요일, 오늘은 장 보는 날.


날이 너무 더워 삼계탕 생각이 간절했다.

지난주 목요일에 장을 안 봐서 딸이랑 이것저것 반찬거리를 사서 집에 왔는데…….

꼭 빠뜨린 게 생긴다.



집에 오자마자 너무 더워서 에어컨부터 켰다.

우유에 미숫가루 타서 얼음 동동 띄워 마시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그 뒤로 침대에 널브러지는 바람에 쌀 담가 놓는 것도 잊고.

콘퍼런스 준비하느라 또 정신이 팔려 있다 보니, 헉!

5시가 넘었다.

부랴부랴 냉동실에 있는 찹쌀을 꺼냈다.

"아, 맞다! 녹두랑 율무를 안 사 왔네."

가기 전만 해도 딸이랑 얘기해놓고 둘 다 까마득.

하는 수 없이 찹쌀과 쌀만 씻어 뜨거운 정수기 물로 급히 불렸다.


"엄마, 닭똥집도 넣자."

딸의 말을 듣고 닭똥집과 닭발도 샀다.

닭발은 다음에 해 먹기로 하고, 영계와 닭똥집만 씻어 건져 놓았다.

큰 닭은 기름기가 많아 가위로 잘라내는데 영계라 손질할 게 없다.

아들, 딸, 나. 세 식구가 먹기엔 영계 두 마리면 충분하다.

죽도 국그릇에 하나씩.

식구 수에 따라, 또는 먹성에 따라 분량은 정도껏 하면 된다.


깎아놓은 밤도 있던데 딸이 싫다고 해서 뺐다.

와서 보니 통마늘을 안 샀다. ㅠ

통마늘 없이 닭 비린내 나지 않을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엄나무가 있으니까.^^


집에 와서 엄나무 개수를 세어 보니 가는 거랑 합쳐 24개 정도.

큰 것과 중간 것 10개를 씻어 두었다.

가시가 어마 무시하니 조심~!!!

닭집에서 산 재료만 전부 20900원.

닭발 값을 빼면 2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세 식구가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엊그제 새로 산 핸드 블렌더를 처음 사용해 보았다.

불리는 시간을 아끼려고 담가 둔 쌀을 물째로 갈았다.

완전히 가루처럼 갈기보다는 알갱이가 조금 남은 상태로.

너무 갈면 죽이 아니라 미음이 된다.

뽀얀 게 우유 빛깔~

녹두와 율무가 아쉽다.

야채를 다져서 마지막에 계란 하나 톡 깨 넣고 끓여먹어도 맛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시간이 부족해 패스!


닭 뱃속을 채울 시간이다.

통마늘 없이 대추랑 은행만 잔뜩 넣었다.

은행도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라서 대충~

대추도 대충~


압력솥 맨 밑에 쌀을 넣는다.

그 위에 닭과 닭똥집.

그 위에 황기, 마지막으로 가지런히 엄나무로 덮는다.

물은 닭이 3분의 2 잠길 정도로 붓는다.

국물이 좋으신 분들은 더 넣어도 무방.

우리 집은 닭고기 건져 먹고, 죽 한 그릇 먹으면 끝이라 물을 적당히 넣는다.


압력솥에서 칙칙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10분.

완전 약불에 15분. 이때 삼계탕 냄새가 은근히 난다.

충분히 뜸 들인 후 뚜껑을 여니, 짠!

엄나무와 황기를 걷어내자 우유처럼 뽀얗던 국물이 노란빛을 띤다.

국물은 거의 줄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닭을 건져내고 죽과 물을 저으면 너무 되직하지 않은 죽 상태가 된다.

밑이 약간 눌어붙는 정도.

시간 초과하면 탈 수도 있으니 불 조절과 시간을 지키는 게 좋다.


쌀 알갱이가 남아 있어서 죽과 미음 중간쯤.

너무 걸쭉하지도 않고 묽지도 않게.

물 양도 딱 맞게 되었다.

엄나무 덕분에 닭 비린내도 안 나고 맛도 담백, 깔끔.

소금과 후추로 간해서 먹으면 된다.


닭이 적당히 익어 부드럽고, 젓가락으로 살점을 찢을 때도 결이 살아 있다.

너무 오래 끓이면 살이 부서지고 물컹대는 느낌이라 별로다.

오, 닭똥집!

볶아 먹을 땐 꼬들꼬들하던 게 푹 익히니 질기지 않다.

닭고기보다는 고기 씹는 맛이 있는 것도 좋다.

볶아 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삼계탕에 넣어 먹으니 색다른 맛이다.

허브솔트, 그리고 가는소금에 후추 섞은 것, 두 가지를 준비했다.

고기는 허브솔트, 죽은 가는소금이 내 입맛에 맞다.

아들, 딸과 함께 정신없이 해치웠다.

딸은 오후에 면접을 보고 왔고, 아들은 퇴근하여 몹시 피곤한 기색이었다.

둘 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저녁 메뉴로 삼계탕을 선택한 게 뿌듯~

"난 이것저것 넣은 것보다 이게 더 맛있어."

아무 거나 잘 먹는 딸과 달리 아들은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다. 아들이 맛있다고 할 땐 진짜 맛있을 때다.

원래 인진쑥 삼계탕을 할까 했는데 아들 입맛엔 엄나무가 더 나았겠다 싶다.

쑥향 가든한 인진쑥 삼계탕도 해먹은 지 꽤 오래다.

그건 복날에 또 해 먹어야지~

그땐 빠뜨리지 않게 메모는 필수!




초복(7월 16일), 중복(26일), 말복(8월 15일)

작년까지만 해도 무슨 날이라는 건 나와 무관한 일이었다.

엄마들이 뭔 날만 되면 음식을 해 먹는다고 수선 피우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복날도 챙기고 보름과 동지도 챙기겠다고 딸과 약속했다.

"드디어 엄마가 주부로 거듭나는군."

요리라면 스트레스부터 받던 나도 사진 찍고 CANVA 작업하여 글로 쓰니 놀이처럼 재미가 붙는다.

요리도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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