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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와이프라고 다 골프치러 다니는 건 아니야

삶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by 유 매니저

보통 주재원 와이프라고 하면 "아이들 라이딩하고, 골프치러 다니는 이미지"를 생각하기 쉽다.


이러한 이미지가 생긴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최근에는 워낙 다양한 삶이 있기 때문에 주재원 와이프라고 다 똑같이 사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주재원 와이프들끼리 모여서 김장도하고 그랬다는데, 요즘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는 아이가 없어서 라이딩을 할 것도 없고, 둘 다 골프를 안 친다. 여기 와서 배워볼까 생각도 했는데, 내가 허리라 어깨가 안 좋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돈이 아까워서 안 쳤다. 골프를 배워야하면 차라리 승마나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대개 세 종류로 나뉘는 것 같다.


-원래 여기서 살 던 사람 (시민귄자로 여기서 태어났거나, 어렸을 때 가족들이 이민을 와서 여기서 초중고 대학교까지 나온 사람)


-유학이나 취직해서 온 사람 (대학/대학원, 직장 생활 중에 넘어와서 정착한 사람)


-가족 때문에 온 사람 (본인의 의지와 필요에 의해 나오기 보다는 가족의 상황 - 배우자가 미국인이거나 배우자의 직장이나 자녀의 유학 -으로 인해 온 사람)


그리고 일시적으로 생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눌러 앉는 것인지에 따라서도 구분되는데,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마음가짐이나 생활이 달라진다.


맘카페를 보면 전형적으로 여겨지는 주재원 와이프의 삶을 사는 분들이 꽤 있다. 쓰레드에서도 자기가 아는 주재원 와이프의 눈살 찌푸리게하는 에피소드를 심심치 않게 본다.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재원 와이프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삶이 있다. 나는 그에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이미지가 씌워지는 게 싫다.


왜 그게 싫을까 생각해보니, 나를 온전한 나로 봐주지 않고 그 카테고리에 넣어서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면 내가 주재원 와이프든 뭐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머, 그러면 골프치고 놀러 다니면 진짜 좋겠다! 나도 주재원 와이프 하고 싶어!"라는 식의 말을 할 때면 짜증이 불쑥 치고 나온다. "난 골프 안 치고, 평일에 회사 다니느라 바빠. 주말에도 집에서 밥 해먹고 집안일 하면 시간도 별로 많지 않아. 놀긴 뭘 놀아"라는 말을 하고 싶다. 굳이 길게 말하기도 싫어서 "회사다니느라 바쁘지 뭐~ 한국에서 사는 거랑 똑같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꼭 저런 코멘트는 한국인들만 한다. 어떤 외국인도 저런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


난 주재원 와이프는 편하게 살고 놀면서 호의호식한다는 고정관념이 싫은 것 같다. (난 그렇게 살지 않고 있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난 한국에서의 삶과 정말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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