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재라도 미국에선 쭈구리
미국에 오고 나서 시차 적응하고 남편이 다 풀지 않은 짐을 풀고, 짐 정리하고, 기본적인 환경 적응을 하는데 한두달 정도 걸렸다. 그리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내 비자는 워킹 퍼밋이 포함된 것이다.
물론 난 회사에서 잘린 (정확히는 회사 전체가 날아가서 정리해고 대상이 된) 후부터 바로 온라인으로 구직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미국의 일자리를 찾아서 지원서를 냈다. 챗 지피티 덕분에 영문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쉽게 다듬을 수 있었다.
날 자른 전직장에서는 이직을 위한 커리어 컨설팅 5회를 제공해줬다. 해당 업체에 외국에서도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했고, 실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브런치를 다시 열심히 올리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취업이 결국 안 되면 뭘 해야되지라는 고민에서 뭐라도 남겨야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지금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도 이 시기에 시작했다. 취업하고 나서는 대충 듣고 있긴 한데,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잘 나가는 걸 보니 이걸 따 놓으면 나중에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겠지 싶다.
미국 구직 플랫폼으로는 링크드인, 인디드, 글래스도어 이 세 개를 주로 썼다. 140~150개 정도 지원을 했다.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때에도 이 정도로 어렵진 않았던 거 같은데, 미국 백그라운드가 없어서 더 어렵지 않았나 싶다.
다만 한국에서 받던 연봉보다 적다. 물가 반영까지 하면 거의 신입 수준으로 받게 된 거로 볼 수 있바. 물론 한국에서 받은 마지막 연봉이 내 연차와 시세에 비해 좀 많기는 했다. 대신 업무량과 스트레스는 훨씬 덜하다. 뭐든지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시도와 거절을 받던 나에게 기회를 준 고마운 회사이다. (하지난 다들 그렇겠지만 이런 고마움은 금방 사라진다... ^^)
저 시기가 다 지나간 지금 결과적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덤덤하게 말할 수 있지만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불만도 굉장히 많았다. 왜 멀쩡하게 잘 나가던 날 여기로 오게 만들어서 나라는 인간의 시장 가치를 절하시키는 건지 싶었다.
내가 동동거리면서 취업이 안 되는지 걱정하고 있을 때, 일부 사람들은 "굳이 일 안 해도 되잖아, 그냥 마음 편하게 놀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이다. 모두 자기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다.
요즘 한국도 취업이 어렵지만 미국도 어렵다고 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에서 다시 일을 구해야 될 것이다. 나이를 계속 먹어가기 때문에 회사에 취직하는 형태가 아닐 수도 있을 거 같다. 시험 공부를 하거나, 내 일을 시작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만약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여기에 눌러 앉게 되어도 꼭 이 회사를 계속 다닌다는 보장은 없다. 다른 기회를 찾아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감사하면서 다녀야겠다.
[참고 글 링크] 한국 백그라운드만 있는 사람이 뉴욕에서 취업하는 법
https://brunch.co.kr/@amynote/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