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먹어보고 괜찮으면 그냥 먹고 있다
집에서 "냉장고의 주인"이 되면서 (*냉장고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이면서 식자재의 재고 관리와 소비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lord of the ring"처럼 "로드 오브 냉장고"라는 타이틀을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은 "자동차의 주인"이다), 식재료의 유통기한에 신경쓰게 되었다. 아예 요리를 잘 안 할 때에는 들어있는 식재료도 별로 없어서 크게 신경 쓸 게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는 요리를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식재료의 양도 많아졌다.
채소나 과일은 유통기한이 딱 써있는게 아니라서, 그냥 대충 눈으로 보고 먹어도 될 거 같으면 먹고 아니면 버린다. 특히 채소 중에서 대파, 부추 등은 냉동 보관을 하고, 마늘도 다진 마늘로 만들어서 냉동 보관을 하기 때문에 비교적 유통기한의 압박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이게 우유, 생크림, 휘핑크림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난 유제품류를 잘 먹지 않는다. 유당 불내증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닌데, 묘하게 속이 안 좋은 느낌이다. 청소년기에 유제품을 먹었을 때 괜히 여드름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는데 그 때문에도 안 먹게 되었다. (한의학의 8체질을 진단 받았을 때, 나는 금음체질이었는데 유제품이 몸에 안 맞는다고 해서, 일부러 더 안 먹기도 한다) 남편은 우유를 좋아해서 코스트코를 가면 꼭 우유를 산다. 나도 베이킹을 할 때 우유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 구매에는 찬성한다. 휘핑크림도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만들 때 구매했다. 그런데 이렇게 구매한 우유나 휘핑 크림은 기한 내에 먹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찾아보니 우유, 휘핑크림, 생크림 같은 냉장 보관해야 되는 유제품의 경우 (아예 멸균해서 상온에 보관하는 우유 같은 제품 말고), 유통기한 내에 있더라도 한 번 개봉하면 7일 이내에 먹으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오늘이 1/20인데, 우유의 유통 기한은 1/25까지이다. 그런데 내가 이 우유를 개봉한 날짜는 1/10이다. 그러면 개봉한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그냥 먹어도 되는지, 버려야 되는지 고민이 된다. 유통기한 이내라서 괜찮은 것 같은데, 또 좀 찝찝한 느낌도 든다.
결론만 말하면,
그렇게 빡빡하게 기준을 잡다보면 너무 낭비하게 되는 느낌이 있고, 사실 개봉하고 나서의 기준도 제품이나 냉장고 상태 등에 여러 요인에 의해서 집마다 다를 수 있는데 일괄적으로 딱 정해 놓은 걸 따라야 되나?싶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내 결정에 따라서 먹었을 때, 만약 탈이 나면 그건 내가 짊어져야 할 업보인 것이다. 다행히도 여태껏 탈 난 적은 없다)
그리고 가끔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는데 먹어도 되는지 고민되는 경우도 있다. 위의 우유 예시를 다시 들어보자면, 유통 기한은 1/25까지인데 1/24에 개봉해서 하루 안에 다 못 먹었다. 그러면 이 우유를 1/26이나 1/27에 먹어도 되는 것일까? 유통기한은 원래 "유통할 수 있는 기한"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비 기한"이랑 다르다고 한다. 그러니 개봉한지 얼마 안 된 건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제품에 따라 소비 기한과 유통 기한을 정리해 놓은 글들이 있을 것이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철저하게 지킨다면 건강과 위생에 더 좋겠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버려지는 식재료들이 아깝고, 돈도 아깝다. 기준으로 삼되 그냥 적당히 나의 건강을 생각하여 내 스스로 체크하면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최대한 신선할 때 다 먹을 수 있게 식재료 소비를 계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가장 신선할 때 바로바로 소비한다면 이런 고민들을 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