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긴병꽃풀 푯말

뿌리 지도

by 이주형

긴병꽃풀 푯말

- 뿌리 지도 -


봄바람을 낸 건 화수분이었습니댜

함이 없는 붓으로 봄바람은

긴병꽃풀이 쓴 푯말을

길마다 심습니다


꽃을 출산 중이니

부름에, 관심에, 사랑에

답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정중한 사양의 숨을 담아서


바람이 길을 낸 곳마다

즐거 독백이

마음을 멈춰 세웁니다


절대 방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해는 말아 주세요

다만 지금은 오롯이

꽃에만 집중할 때입니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제

뿌리는 길을 허락받기 전에

버려야 할 마음을 모두

놓았습니다


그러나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시간의 조각은 시간의 진주 대신

뿌리마다 멍울로 굳었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겨우내 길을 허락한 땅의

힘으로 제 몸에 기쁘게 들입니다


긴병꽃풀 전설을 아는 바람이

마침표에 앞서 문장을 보탭니다


마음에 멍울질 땐

오히려 빛을 등지고

더 깊은 어둠을 달래어

오롯이 꽃에만 집중하는

뿌리의 삶을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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