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병꽃나무 시간

우리 꽃

by 이주형

병꽃나무 시간

- 우리 꽃 -


칠불암을 오르다

우연히 인연을 지었다


길이 품어준 끌림이었다

고개를 잠시 들었을

뿐이었다

그때 똑같이 고개 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함이 인연이었다


고개 꺾인 시간들은

하늘마저 꺾어놓았다

하지만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방법을 아는

이들의 하늘은

땅을 더 살피라는 듯 눈부셨다


꽃 얼굴 보자고

꿇어 엎드린 내가 본 것은

꽃보다 그 하늘이었다


들어온 종이

우세 종이 되어

기존 종을 내모는

자연 이치가 세상

이치가 된 지금


한국 고유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전설이지만

그는 오늘도

땅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활짝 열고 몸을 낮춘다


피고 나면 그만인 꽃이

어디 있으랴마는


눈 마주친 시간이 부끄러워

얼굴 붉히는 병꽃나무는

들어온 이들 힘으로 누르는

무시와 멸시와 천시로부터

우리 땅의 시간을 열히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 오늘도

땅의 역사를 기록 중이다


소중한 인연 따라

나도 우리 길의 역사를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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