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까마귀밥나무 앞에서

나를 만나다

by 이주형

까마귀밥나무 앞에서

- 나를 만나다 -


자연은 살피는

눈을 주었습니다

자연은 받아들이는

마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연과 멀어진 우리는

그 눈과 마음을 잃어버린 지도

모르고 삽니다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어둠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역시 어두운지도

모르고 삽니다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꽃을 보는 눈이 먼 이가

누구의 마음을 살필 수 있을까요

하물며 그이가 교사라면

더구나 그이가 말씀을 전하는 이라면


마음이 허락한 길에서

자신을 까마귀밥나무라고 정중히

인사하는 아주 작은 해바라기를

닮은 꽃과 인사를 나눕니다


그와의 인사를 위해

기쁘게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같이

꽃이 됩니다


그 옛날 꽃을 보는 눈과

꽃을 찾는 마음으로

학생들 앞에 서게 해 달고

기도하던 소리를

까마귀가 멀리서 불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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