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르완다 문화

문화 혹은 습관의 차이

by 묵묵

르완다에 살다 보면 이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우리와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를 어려운 말로 하자면 문화적 차이일 것이고, 편히 말하자면 이들은 한국사람들과 다른 생활습관들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외국인들에게 신기하게 다가서기도 하고, 한편으로 쓸데없는 오해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르완다인들은 생애 한 번 뿐이라는 이유로 결혼식을 진짜 요란뻑적지근하게 치릅니다. 전체 행사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통상 2주에 걸쳐 진행되는 데다가 비용도 많이 듭니다. 결혼식의 첫 부분으로 신랑 신부와 부모 형제, 친한 친구들이 동반하여 관할 관청에서 혼인을 등록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갈 데가 별로 없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저희 회사와 레디슨 블루 호텔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도심공원입니다. 주말이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신랑 신부를 선두로 잘 차려입은 하객들 몇 팀이 공원을 차지합니다. 결혼식의 두 번째 부분은 자기가 믿는 종교에 따른 예식입니다. 예배 식순, 당사자들과 부모님들의 인사말 등을 포함하여 예배는 두 시간이 족히 걸립니다.


결혼식의 마지막 부분이자 하이라이트는 우리의 피로연에 해당하는 데, 호텔이나 큰 식당을 빌려 성대하게 개최하는 파티입니다. 이 부분이 돈도 가장 많이 들고 밤늦도록 계속되어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식장을 온통 생화로 꾸미고, 술과 음식들을 양껏 내옵니다. 생화로 장식하는 데만 우리 돈으로 몇 백만 원씩 들이고, 축의금 받은 것으로는 음식값을 충당할 수가 없으니 신랑 신부 특히, 신랑의 경제적 부담이 엄청납니다. 덕분에 결혼식 비용이 준비되지 않아 노총각으로 늙어 가는 사람들이 최근에 많아졌다고 합니다. 결혼비용을 은행 대출을 통하여 해결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출한 결혼 비용 때문에 신혼살림 초기에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지내거나 심한 경우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닿기도 한답니다. 저희 회사 동료의 친구는 결혼식을 위한 신랑의 대출 규모를 알게 된 신부한테 한 달 만에 이혼을 당했다고 합니다. 결혼 비용으로 신용 불량자가 되고, 사랑도 잃은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다른 차이 중 놀라운 것 하나는 르완다인들은 길에서 절대로 군것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야 노점에서 떡볶이나 붕어빵 같은 요깃거리를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고,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여러 나라를 다녀봤으니 알지만,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길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굉장히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길에서 절대로 뭘 먹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에 길에서 군것질을 않는 것이 르완다인들이 극도로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도 아무것도 먹지 않는 습관은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길에서 음식 먹는 것을 예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정부에서도 노점의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이들 사회에서는 윗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것이 예의라고 합니다. 르완다에 온 처음 얼마간 저는 이런 습관을 모르고 먼저 인사하지 않는 현지인들을 '싸가지 없는 놈들'이라고 싸잡아 흉보고는 했습니다. 특히 길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이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을 때는 동양인이라고 놀려 먹으려 드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몹시 불쾌해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현지인에게 들어보니 자기네들은 윗사람이 먼저 인사하고 나서야 아랫사람이 인사하는 게 에티켓이라고 합디다. 또한, 길에서 현지인들이 외국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외국인이 먼저 인사를 하면 답례를 하려고 공손히 기다리는 의미라는 것이었습니다.


식당이나 바에서도 르완다인들은 물이나 맥주를 차게 마시지 않습니다. 기온이 연중 30도를 넘지 않고 습도가 낮아 실내에서는 그럭저럭 견딜만한 날씨라 냉장고에 넣어 놓지 않은 오줌 같은 맥주나 미지근한 생수로도 이들에게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도 미지근한 맥주와 생수에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주문받으러 온 종업원에게 Freezing한 맥주를 시키고, 미지근한 생수는 보기 좋게 빠꾸를 시키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 한국사람들입니다. 그래도 저는 건강에 좋다고 하여 최근부터 생수는 냉장고에 넣지 않은 것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시원한 맥주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지만요.


2020년 5월 11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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