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는 경찰서를 나와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세 명의 인플루언서가 연이어 실종되었고, 그 뒤에는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오피스텔에 도착한 준호는 컴퓨터를 켜고 실종된 인플루언서들의 프로필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 확인을 해보니 오랜 친구인 박지훈이었다.
"여보세요, 지훈아. 무슨 일이야?"
"준호야, 뉴스 봤어? 인플루언서들 실종 사건 말이야."
준호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이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응, 봤어. 왜?"
"그게···. 네가 알고 있는 사람일 것 같아서."
준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누구?"
"김수아. 그 이름 기억나? 우리 대학 때···."
준호의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김수아. 그는 그 이름을 잊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 기억나. 근데 수아가 왜?"
지훈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수아가···. 네 번째 실종자야."
준호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김수아. 그의 첫사랑이자, 가장 아픈 기억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이 끔찍한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에 그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언제···.언제부터 실종됐대?"
"오늘 오후부터야. 수아의 인스타그램에 이상한 게시물이 올라왔대. 다른 실종자들과 비슷한 패턴이래."
준호는 즉시 김수아의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어두운 배경의 사진,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문구.
"#과거의_그림자 #용서를_구하며"
"지훈씨, 고마워.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준호는 전화를 끊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래전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10년 전, 대학 시절. 준호와 수아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둘은 같은 과에서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준호에게 수아는 완벽한 존재였다. 아름답고, 똑똑하고, 상냥한 그녀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인기 스타였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3학년 때, 준호는 경찰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수아는 연예계 진출을 꿈꾸기 시작했다. 둘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갔고, 결국 그들은 헤어졌다.
그 후 준호는 경찰이 되었고, 수아는 그녀의 꿈을 이루어 연예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인연은 그렇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2년 후, 준호는 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수아와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는 스토커 피해를 보고 있었고, 준호가 그 사건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준호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아의 스토커는 다름 아닌 그녀의 매니저였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수아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매니저의 도움으로 그녀는 빠르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대가로 그녀는 매니저의 집착을 참아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준호는 고민 끝에 그 사실을 폭로했고, 결국 수아의 매니저는 체포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아의 연예계 생활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준호의 폭로로 인해 수아는 대중들의 신뢰를 잃었고, 결국 그녀는 연예계를 떠나야만 했다.
그 후 준호와 수아는 다시 연락을 끊었다. 준호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믿었지만, 한편으로는 수아의 꿈을 망쳐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지금, 10년 만에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준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수아가 인플루언서가 되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아마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소셜 미디어로 눈을 돌렸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위험에 처해 있었다.
"내가···. 내가 그녀를 구해야 해."
준호는 결심했다. 이것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에게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였다.
그는 즉시 서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진아, 새로운 실종자가 생겼어. 김수아라고 해."
"방금 보고받았어요. 준호씨도 알고 있었어요?"
준호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내 옛 여자친구야."
전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준호씨···. 괜찮아요?"
"괜찮아. 오히려 이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내가 그녀를 잘 알고 있으니까."
서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요, 준호씨 말이 맞아요. 하지만 준호씨, 조심해요. 개인적인 감정에 휘말리지 마세요."
"알아, 걱정하지 마. 내가 최선을 다할게."
전화를 끊은 후, 준호는 다시 한번 김수아의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그녀의 최근 게시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수아의 게시물 중에는 간간이 그들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내용들이 있었다. 그들이 자주 갔던 카페, 그들의 첫 데이트 장소, 심지어 그들이 함께 찍은 사진까지.
"이건···. 나한테 보내는 메시지인 걸까?"
준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수아는 왜 그들의 과거를 상기시키는 게시물들을 올렸을까? 그리고 그녀의 실종은 다른 인플루언서들의 실종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그때, 준호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왔다. 김수아의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준호는 떨리는 손으로 그 게시물을 열었다.
"준호씨, 날 기억해? #우리의_시작 #끝나지_않은_이야기"
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것은 분명 그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수아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수아야, 내가 반드시 널 찾아낼게."
준호는 결심했다. 이제 이 사건은 그에게 더욱 개인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수아를 구해내야만 했다.
그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수아의 모든 SNS 계정을 철저히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점점 더 큰 미스터리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이 숨어있었고, 그 계획의 중심에 김수아가 있었다. 준호는 이제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이 맴돌았다. 왜 하필 인플루언서들을 노리는 것일까? 그들이 가진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수아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준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반드시 수아를 찾아내고, 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기다려, 수아야. 내가 갈게."
준호는 다시 한번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 그의 눈앞에는 새로운 목표가 있었다. 과거의 인연을 구하고, 현재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