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침묵의 서막

by 은파

하린과 민준은 경찰서로 돌아왔다. 박지훈의 자백으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아직 풀어야 할 의문들이 산적해 있었다. 두 사람은 회의실에 모여 지금까지의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을 정리해 봅시다,"

민준이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말했다.

"박소연은 10년 전 강태식 선생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고, 이 사실을 동아리 친구들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친구들이 강태식을 찾아갔다가 사고로 그를 죽이게 되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박소연을 살해했다는 거죠."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리고 박지훈은 이 사실을 알고 복수를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아직 의문점이 많아요."

"네, 맞습니다,"

민준이 동의했다.

"가장 큰 의문은 서현우의 역할입니다. 박지훈은 그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요."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현우···. 그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것 같아요. 우리는 그를 반드시 찾아내야만 해요."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윤지우가 급하게 들어왔다.

"하린아, 큰일 났어!"

"무슨 일이야?"

하린이 놀라서 물었다.

지우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방금 연락받았어. 서현우가 해외로 도주하려 한다고. 인천공항에서 목격됐다고 하네!"

하린과 민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없었다.

"지금 당장 공항으로 가야 합니다,"

민준이 결단력 있게 말했다.

"정하린 씨, 저와 함께 가시죠. 윤지우 씨는 여기서 상황을 계속 파악해 주세요."

세 사람은 빠르게 움직였다. 하린과 민준은 경찰차에 올라 사이렌을 켠 채 공항을 향해 달렸다.

차 안에서 하린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서현우를 놓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서현우의 감정을 느껴보려 노력했다.

"무언가 느껴지나요?"

민준이 초조하게 물었다.

하린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네···. 지금 공항에서 불안함과 초조함, 그리고 깊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이 느껴져요. 아마 이 사람이 불안정한 상태의 서현우 씨인 것 같습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겁니다. 그가 무모한 행동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마침내 두 사람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여러 명의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민준이 현장 책임자에게 물었다.

"서현우는 아직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하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 그 속에서 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하린이 말했다.

"혹시 서현우 씨의 사진을 가지고 있나요?"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거기에는 서현우의 최근 사진이 있었다.

하린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현우의 감정을 찾아 더듬어 갔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희미한 감정의 흔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쪽이에요,"

하린이 갑자기 눈을 뜨며 말했다.

"3번 게이트 쪽입니다."

민준은 즉시 무전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

"모든 인원, 3번 게이트로 이동하라."

하린과 민준도 빠르게 그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3번 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한 남자가 허둥지둥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서현우!"

민준이 소리쳤다.

서현우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그의 눈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그는 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정하린 씨, 제가 쫓겠습니다. 당신은 여기 있어요,"

그리고 민준은 서현우를 쫓아 달렸다.

하린은 그 자리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서현우의 감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공포, 절망, 그리고···. 후회.

추격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민준과 다른 경찰들이 서현우를 포위했고, 결국 그는 체포되었다.

하린은 천천히 다가갔다. 서현우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서현우 씨,"

하린이 부드럽게 불렀다.

서현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프로파일러군요."

서현우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정하린입니다. 서현우 씨, 이제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해주세요."

서현우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죠? 모든 게 끝났어요."

하린은 서현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니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우리는 진실이 필요해요. 박소연 씨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 자신을 위해서도요."

서현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하린은 조심스럽게 서현우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강렬한 감정이 그녀를 덮쳤다.

후회, 공포, 그리고 깊은 슬픔.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감정이 있었다. 사랑.

"서현우 씨,"

하린이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박소연 씨를 사랑했죠?"

서현우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그걸···."

"제가 느낄 수 있어요,"

하린이 대답했다.

"당신의 감정을요. 그리고 그 사랑이 당신을 얼마나 괴롭혔는지도 알 수 있어요."

서현우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네···. 저는 소연이를 정말 사랑했어요.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었어요."

하린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서현우는 초조한 모습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소연이는···. 강태식 선생님의 딸이었어요."

하린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럼···. 강태식 선생님과 소연 씨 사이의 그 소문은요?"

하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요. 강태식 선생님은 소연이의 친부였지만, 소연이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자기 딸에게 어떤 집착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린은 숨을 들이켰다. 이 이야기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두웠다.

"그날 밤, 우리는 강태식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서현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소연이가 모든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하려고요. 하지만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고···. 결국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죠."

하린은 서현우의 손을 꼭 잡았다.

"서현우 씨, 당신이 겪은 고통을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이제는 모든 걸 털어놓을 때입니다."

서현우는 잠시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는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할게요."

민준이 다가와 서현우를 일으켜 세웠다.

"서현우 씨, 당신을 체포합니다. 당신의 증언은 매우 중요합니다.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서현우는 순순히 체포되었다. 그를 경찰차에 태우는 동안, 하린은 민준에게 다가갔다.

"형사님, 이 사건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어요."

하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서현우의 증언이 모든 걸 밝혀줄 겁니다."

하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느릿느릿 저물고 있었다. 그녀는 이 긴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형사님,"

하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면···. 과연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요?"

민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정의란 때로는 복잡하고 모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를 향한 첫걸음이 아닐까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번 사건이 끝나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가 남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또한 진실이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믿었다.

"자, 이제 돌아가서 서현우의 증언을 들어봐야겠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시죠."

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린은 다시 한번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박소연 씨, 이제 곧 모든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차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하린은 이제 그들 앞에 놓인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서현우는 이미 취조실로 안내되어 있었다. 하린과 민준은 잠시 숨을 고르고 취조실 문을 열었다.

서현우는 고개를 숙인 채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그의 어깨는 무거운 짐을 진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서현우 씨,"

민준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이제 모든 걸 털어놓을 준비가 되셨나요?"

서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깊은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는 모든 걸 말할게요."

하린은 서현우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는 그의 감정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후회, 두려움, 그리고 해방감. 마치 오랫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감정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천천히 이야기해 주세요."

하린이 부드럽게 말했다.

서현우는 깊게 숨을 내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든 건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시작되었어요. 소연이는 항상 밝고 친절한 아이였죠.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항상 우울해 보이고, 때로는 겁에 질린 것 같았습니다."

"그때 당신이 소연 씨의 비밀을 알게 된 건가요?"

민준이 물었다.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소연이가 저에게 털어놓았어요. 강태식 선생님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고요. 처음에는 그저 언어적 폭력인 줄 알았는데···. 점점 더 심각해졌죠."

하린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소연이가 겪었을 고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심했어요,"

서현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강태식 선생님을 찾아가 이 모든 걸 그만두라고 말하기로 했습니다. 지은이와 유진이, 그리고 동아리 친구들이 함께였어요."

"도대체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하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현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우리가 강태식 선생님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소연이는 이미 거기 있었어요. 그녀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태식 선생님은 술에 만취해 있었고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우리가 들어가자, 강태식 선생님은 다짜고짜 화를 냈어요. 그리고 고성을 지르며 물건을 막무가내로 던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때···. 그가 모든 진실을 털어놨어요. 소연이가 사실은 그의 친딸이라는 걸···."

하린과 민준은 충격을 받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소연이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어요,"

서현우가 계속했다.

"그리고 강태식 선생님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대신 더 광기 어린 모습을 보였죠. 그러다가 소연이를 향해 달려들었고···."

서현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저와 친구들이···, 그를 밀쳤어요. 그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책상에 부딪혔고···.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나요?"

민준이 조용히 물었다.

"우리는 모두 겁에 질렸어요,"

서현우가 대답했다.

"그 누구도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기를 원했죠. 하지만 소연이는···. 그 아이는 모든 걸 자신이 떠안겠다고 했어요. 우리 모두를 위해 자신이 강태식 선생님을 죽였다고 자수하겠다고···."

하린은 힘겹게 숨을 들이켰다.

"그래서 소연이가···."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어요. 소연이가 모든 걸 뒤집어쓴다고 해도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웠죠. 그래서···. 우리는 끔찍한 결정을 내렸어요.

"소연이를 죽이기로 한 거군요."

민준이 차갑게 말했다.

서현우는 고개를 숙였다.

"네···.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죄악이었죠. 친구들은 소연이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강태식 선생님의 시체는···. 깊은 산 속에 묻었습니다."

하린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모든 비극이 어떻게 이렇게도 끔찍하게 얽힐 수 있었을까?

"그 후로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갔어요,"

서현우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 죄책감은 우리를 떠나지 않았죠. 그리고 이제···. 모든 게 끝났네요."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린은 서현우의 감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깊은 후회와 해방감, 그리고 공허함이 뒤섞여 있었다.

민준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현우 씨, 당신의 증언을 모두 기록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정식으로 체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저항의 기색이 없었다.

하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서현우를 마지막으로 한번 바라보았다.

"서현우 씨,"

그녀가 말했다.

"진실을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소연 씨도 편히 쉴 수 있을 겁니다."

서현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말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하린과 민준은 취조실을 나왔다.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다른 형사들이 서현우를 구치소로 이송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린이 민준에게 물었다.

민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강태식의 시체를 찾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박소연 씨의 부모님께도 모든 진실을 알려야 하고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 모든 과정이 고통스러울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정의와 치유로 가는 길임을 또한 알고 있었다.

"형사님,"

하린이 말했다.

"이번 사건이 끝나면···. 우리는 정말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민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완벽하게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히고, 잘못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겁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이 깊어 가고 있었지만, 어딘가에서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이제 가봐야겠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내일은 긴 하루가 될 것 같네요."

하린은 미소 지었다.

"네, 그렇겠죠. 하지만 우리는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앞에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었지만, 이제 그들은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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