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가 거기 있을 거야
언젠가는 보겠지 나도
겨우 붙잡은 희망은
그러나 너무 야위어 있었지
파리한 오늘과 등지고
나를 돌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계는 그리고 거울은
벽에 붙어 말라가는 나를 지켜보기만 하는데
- 무지개가 거기 없을지도 몰라
어느덧
절망이 되려 아늑해서
어둠에 뺨을 기대고 나는 잠만 축냈어
바깥의 겨울이 봄이 되고 여름으로 바뀌어도
아득한 건 매한가지
- 무지개라는 게 있긴 한가요
심연에 익숙해진 눈꺼풀을
치켜뜨고서라도 묻고 싶었어
답을 알고 나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해를 쬐며 통통해질 것 같아서
무지개는 허상이라고
차라리 듣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랬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더랬어
믿다 보면 무지개를 볼 거라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순진한 세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