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맛집
최근 TV와 여러 매체에서 먹방 보다는 맛집을 소개하는 영상을 많이 접한다. 맛집 소개가 지금의 유행인 것 같다. 간짜장을 좋아하는 나는 간짜장 맛집 소개 영상을 찾아 봤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없어 결국 유튜브에서 찾은 일산의 한 식당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갑자기 왠 맛집 이야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늘 무엇을 계획만 하다 끝내는 것들로 가득했다. 예를 들면 축구를 대신할 운동을 어떤 걸 하면 좋을까 해서 고심 끝에 결정한 운동이 달리기 였는데 쉬지 않고 열심한 결과 부상을 얻어 계획도 달리기도 무기한 연기중이다.
지금처럼 글을 쓰는 이유도 군대시절 읽은 러브 스토리에 너무나 많은 감동을 받은 나머지 10년 안에 나도 이와 같은 소설을 써보겠다던 계획을 세웠지만 이미 20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그 밖에도 내가 가졌던 허무맹랑 했던 계획들 까지 합치면 수도 없지만 나는 늘 그럴 싸한 계획만을 가지고 살았다. 그나마 쉬는 날 맛집을 찾아간다는 계획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었다.
예전에 블로그를 보고 맛집을 찾아갔다가 거지 같은 맛에 화가 치밀어 이런 걸 돈주고 먹기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꽤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블로그에 소개된 맛집은 절대 믿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의 입 소문 아니면 아는 지인인 직접 소개해 준 맛집만을 나름 엄선(땡기는 대로 )해서 간다.
이번에는 정말 여러 매체가 소개해주고 많은 이들이 맛있다고 하길래 한번 믿고 가봤다. 아침 일찍 산책을 마치고 서둘러 떠났다.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곳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게 앞 순번을 정하는 기계에서 28번을 받고 기다렸다. 28번이니 먹을 수 있다는 다른 사람의 말에 기대를 하며 이때부터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말없이 핸드폰을 하면서 기다리는 것과는 달리 보험설계사를 하시는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가 재미있게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국가유공자 할머니와 불교와 무교를 믿는 부부 순으로 차례 차례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번호가 불려지기 전까지 하하 호호 하며 유쾌한 시간을 하였다.
참고로, 국가유공자 할머니는 번호가 한참 뒤라 못 먹을수도 있었는데 우리보다 일찍 온 부부가 같이 온 식구라고 해 같이 들어 갔는데, 작전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만약에 안된다면 내 번호를 줄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로가 챙겨주려는 모습에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어 행복감을 느껴 이곳은 어쩌면 음식 맛집이 아니라 사람 맛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다른 분들을 보내고 나서 다시 보험설계사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가 주문한 메뉴가 다르니 짜장과 짬뽕을 나눠 먹으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자고 권유 하셨지만 아쉽게도 28번과 29번의 한끝 차이는 20분이상을 갈라 놓았다. 같이 즐겁게 이야기하며 먹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게에 들어가서도 좋은 분들을 만나 서로의 음식을 나눠먹으며 다른 맛집 소개를 받기도 하였다. 내가 음식을 다 먹을 때쯤에 29번 분이 들어오셨다.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와 함께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였다. 내가 일하는 곳을 알려주니 그분도 예전에 홍대에서 가게를 하셨다고 하셨다. 다음에도 한번 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맛집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2시간 정도를 기다려 먹을만한 곳인가 부터 맛은 어떠한가등등. 여기서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 건 특별한 맛집이 아니었다. 기대감이 커서 였을까 그냥 여느 중국집과 같은 맛이었다. 역시 이 집만의 특색이 없었다. 짜장도 여느 짜장면과 같았고, 짬뽕도 내가 아는 맛집의 짬뽕보다는 매운 맛이 강했지만 진함으 덜 느꼈다. 간짜장 맛집은 모르지만 차돌 짬뽕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계수중학교 옆에 있는 짬뽕집을 가보길 바랍니다. 10명을 데려갔지만 맛없다라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이번 여행은 맛있는 음식의 보다는 맛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좋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