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빠가 육아휴직을 해야 할까?
내가 휴직하고 자주 듣는 법륜 스님의 강의 중에서 육아에 관한 이야기 중 자주 나오는 말이 ‘아이가 세 살 때까지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간이 아이의 정서와 심성이 생성되고 굳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가정의 상황을 되돌아봤는데 중간에 약간의 단절은 있었지만, 아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가 세 살 때까지는 곁에서 돌본 것 같다. 그 후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보내면서 맞벌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돌봐주는 시간이 그나마 길어서 출근 때 맡겨두고 퇴근 시 데려올 수가 있어서 일과의 병행이 힘들긴 하지만 부부가 시간을 조금씩 내면 가능하였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짧아져서 보육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하교 후 시간을 아이 혼자 학원을 전전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거기에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생겼다. 이런 여러 이유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맞벌이 가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육아를 부모가 하지 못하고 있는 가정이 많다. 아이 돌봄 시스템이 예전과 비교해 다양해지고 질적으로도 나아지고 있지만, 부모의 육아를 완벽히 대신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직장을 벗어나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얻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가장 큰 장점은 조부모나 타인에게서 느끼기 힘든 무한대의 안정감을 들 수 있다. 아이가 하교 후 집에 오면 ‘부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라는 사실은 상당한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부모님들에게도 부모에게서 만큼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나 매일 같이 자고 먹고 생활하는 부모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고 조부모님들의 체력적 어려움으로 인해 보육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부모의 완벽한 대안이 되기 힘들기도 하다.
또한, 육아휴직을 통해 자녀의 성향과 기호를 더 자세히 파악하여 부모들-그중에서 특히 소원해질 수도 있는 아빠-과 자녀 간의 벽을 허물고 건전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모 한 명이 가정이 있게 되면 장기적인 방문이 필요한 상처 치료나 치과 치료 등을 할 때와 각종 학원의 보강 등을 잡을 때 일정을 잡는 데 부담이 없다.
가정 경제적인 면에서 보자면 휴직자는 육아휴직 동안 육아휴직수당을 제외한 소득이 없기에 가정 경제가 비상사태로 운용된다. 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가정 경제의 현재 상태를 시험하고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점점 줄어드는 집안 통장의 잔액을 보면서 아이의 과도한 사교육이 있다면 다시 리모델링을 해볼 수도 있겠고 소비 및 지출을 좀 더 건전한 방향으로 바꿔서 이후 가정 경제가 건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기점이 될 수도 있다. 휴직 기간은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소비문화에서 알맞게 소비하는 습관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아무리 퇴근 후나 주말에 집안일과 육아를 도와준다고 해도 가정 살림과 아이들의 사생활을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다. 직접 육아휴직을 해서 온종일 가정의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이가 어떤 일정으로 지내고 있는지 옆에서 돌보다 보면 가정 살림 및 육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엄청나게 넓어진다. 이로 인해 상대 배우자에 대한 이해심이 더 커지게 되고 아이를 바라보는 이해심도 더 넓어지게 된다.
요즘 직장 내에서 주변 동료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육아휴직을 겪어본 사람들은 육아휴직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더 갖게 되고 해당 동료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휴직 기간이 본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그동안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다시 계획해 볼 수 있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