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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l 06. 2021

비바람에 잠 못 드는 밤

귀신보다 더 무서운 자연의 힘

빗소리 인지, 바람소리인지, 파도소리인지, 밤새워 집 안팎에서 으르렁 대고 있다. 잠이 들만하면 깨고 들었다가도 쏴아~~ 하는 소리에 또 깨고 벌써 몇 시간째 깊은 잠을 못 들고 있다. 도시에서는 창문만 닫으면 수면을 방해받을 만큼 크게 들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확실히 바닷가에서 느끼는 자연의 소리는 다른 것 같다. 다듬지 않은 자연의 소리, 성난 듯 몰아쳐대는 자연의 으르렁거림, 악인이 어디 숨었나 살필 의도라도 있는 듯 수시로 번쩍거리며 창문을 들여다보는 번개, 누군지 모를 존재에게 그렇게 살면 혼난다고 호통이라도 치듯 하늘을 뒤흔드는 천둥소리,  이런 상황에서 편히 잠든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리라.


어제 오후부터 안전문자를 12통 받았다. 많은 비가 올 것이니 안전을 살피고 저지대 사람들은 우선 대피하는 문자부터 도로가 유실되어 통제되는 곳이 있으니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문자였다. 안전불감증으로 가끔씩 뭇매를 맞는 행정관서에서 아마도 밤새 어떤 상황에 피해가 발생할 것을 줄이기 위해 밤새워 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어스름에 보이는 바닷물이 황토색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빗물이 지구를 씻어 바다로 버렸으면 저 넓은 바다가 황토색이 되었을까?

바닷가에 홀로 덩그러니 있는 집에서 이런 밤을 혼자 지새우는 것이 이렇게도 무서운 일이란 걸 처음 느낀다. '귀신만 아니면 난 무서울 것이 없어'라고 큰소리치며 살아온 지난  삶들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목청껏 짖어대는 강아지와 같은 삶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연의 힘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새벽이다. 불안한 마음에 밖을 살피려고 잠시 문을 열었다가 퍼붓는 비에 놀라 얼른 닫아버렸다. 이런 속도로 밤새 퍼부었으니 도대체 얼마나 쏟아진 걸까? 웬만한 것들은 다 떠내려가 버렸을 것 같다. 날이 새고 이곳저곳에서 들려올 피해 상황에 대해 미리 걱정이 된다.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으며 다들 밤새 안녕하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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