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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l 03. 2021

남편의 출항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엊그제 대전의 일 때문에 올라온 남편에게 여러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고 형님, 제가 회의 중이라서 못 받았는데 전화 여러 번 하셨네요? 무슨 일이세요? 아~ 내일 바다 나가자고요? 그러지요. 몇 시에 출발하면 되나요? 물때가 1시쯤 좋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 맞춰서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하며 전화를 끊었다. 표정은 밝고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무슨 전화야?" 하고 물으니 "내일 민어 잡으러 가자네"라고 말한다.


지금은 민어 철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국내산 민어회를 먹기 위해 일 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전남 신안의 조금 먼바다에서 잘 잡힌다고 하는데,  잡히기만 하면 노력한 만큼의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서 민어 철에는 많은 선주들이 배를 타고 나가 1박 2일 정도 고기잡이를 하고 온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배 타는 상상만 해도 멀미가 나는 내게는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은 일중에 한 가지이다. 게다가 뱃일은 혼자서는 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해서 두세 명이 함께 출항을 해야 하는데 자칫 마음이 맞지 않으면 힘은 몇 배가 더 드는 일이라고 한다. 그 일을 이웃동네 형님뻘 되는 분과 함께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 형님뻘 된다는 분은 오랜 경험이 있는 분이고 남편은 이제 초보자 입장이니 의지가 되기도 하겠지만 무슨 일이든 주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남편의 성격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꽃게를 잡는다고 3박 4일을 망망대해에서 지내다가 왔다. 첫날은 배에서 먹는 먹거리와 잠자리 등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며 즐거워하더니 돌아와서는 목 뒤 쪽의 햇볕에 탄 피부가 벗겨져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그래도 그 일이 즐겁다고 하는데 난 아무리 봐도 좋아 보이지가 않는다. 왜 자청해서 고생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이가 젊은것도 아니고 먹고사는 일이 막막한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그 힘든 일을 찾아서 하니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다. 말려도 들을 사람도 아니어서 스스로 그만 두기 전까지는 말릴 수도 없다. 남편이 바다에 나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것뿐이다. (이거야 원 이 나이에 일 나간 남편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기도나 하게 될 줄이야!) 남편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돌아오면 어떻게든 그만하도록 말려야겠다. 작은 배로 섬 주변이나 돌면서 즐길 줄 알았지 그렇게 먼바다까지 따라다닐 줄은 진짜 상상도 못 했다.


이제 겨우 안정된 사업을 유지만 해도 우리 둘이 말년까지 사는 일은 걱정이 없다는 생각에 즐거운 상상만 하며 지내 왔는데 갑자기 말 안 듣는 아이처럼 걸핏하면 먼바다로 나가려는 남편 때문에 걱정이 한 짐이 되었다. 한 가지 걱정을 해결하면 또 다른 걱정거리들이 생겨나는 이런 삶이 팔자에 있어서 인가? 마음이 여유롭지 못해서 인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라는 노랫말이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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