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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l 30. 2021

'생선가게'라고 썼다가....

유쾌하지 않아서 쓴 이야기

인터넷에 알아볼 것이 있어 검색창에 '생선가게'라고 글자를 넣었더니 가장 윗줄에 {21세기에 환생한 서시... 대륙을 들었다 놓은 20대 미모의 생선장수}라는 제목의 글이 보였다. 고대 중국의 4대 미녀인 서시가 환생을 했다는 이야기인가 싶어 얼른 클릭하게 되었다. 첫 문장이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20대 여사장의 출중한 외모에...'라고 시작하여,.... '중국 고대 4대 미녀 서시의 환생이라며 각 언론들이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용사의 꿈을 키우던 중 결혼을 하게 되는데 결혼하면 남편의 직업을 따라가는 중국의 통념상 미용사의 꿈을 접고 생선가게를 하던 남편의 직업을 함께 하기로 하면서 생선가게의 주인이 되었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마치 대단한 뉴스거리라도 되는 양,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서로 퍼 나르며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되어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서시의 환생'이라는 말에 끌려 클릭을 해서 읽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그다지 유쾌하지가 않았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서 직업의 귀천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들렸다.  사진으로 본 그녀의 인물은 나쁘지는 않았다. 요즘 20대의 흔히 볼수있는 평범한 얼굴인데, 굳이 서시까지 등장시켜서 이목을 끌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글에서 받은 느낌은 '이쁜 여자는 생선장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럼 뭘 해야 하나? 서시처럼 적국을 망하게 하는데만 이용되어야 하나? 생선가게를 했던 전력이 있는  나는 인물이 없어서 그 일을 했던 건가? 아니면 늙어서? 지금 하고 있는 젊은 엄마들, 이쁘고 똑똑하고 부지런한 그 젊은 엄마들은 뭔가? 아무리 생각해도 생선가게와 이쁘고 젊은 여자를 대비시켜서 그렇게까지 흥미를 유발할 이야깃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가게를 얼마나 하찮게 생각했으면, 게다가 우리 주변에 젊고 이쁘고 똑똑한 생선가게의 주인들은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 중국의 한 여자 이야기를 확대해서 공개하고, 마치 대단한 여자가 나오기라도 한 듯이 퍼트리고, 그 이야기를 퍼 나르며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명백히 직업의 귀천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미모의 젊은 여자가 생선가게를 하는 일이 어떻게 뉴스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이 뉴스대로 라면 생선가게는 못생기고 늙은 사람만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직업의 귀천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 분명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시급이 수억 원씩 된다는 대그룹의 회장님들이 있는 반면 최저시급 1만 원도 안 되는 보수를 받고 일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것이 직업의 귀천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건 능력에 따른 것일 뿐... 미모를 강조하며 특정한 직업을 거론하는 이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장에 가보면 젊고 이쁜 자영업자들 참 많다. 아닌 게 아니라 거친 일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미모도 뛰어나고 몸도 약해 보이는 여자가 야무지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하필이면 우리나라는 서시만 한 미녀가 없어서? 멀리 중국의 생선가게 아줌마를 끌어와서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말인지...




내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는 이곳도 농산물 부류와, 과일부, 수산부, 정육부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어느 부류던지 젊은 세대, 2030 세대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다. 어느 가게는 3대를 이어와 20대의 손자가 일을 배우고 있는 경우도 있고,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운영하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수산부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 나이는 큰언니 축에 속한다. 대부분 주도권을 쥔 사람은 40대 정도이고 그보다 어린 사장들도 다. 깨어있는 두뇌와 젊어서 넘치는 활력을 무기 삼아 열심히 장사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직업의 또래들보다 빨리 인생의 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아직 어려도, 그들이 파는 종목이 생선이든 야채든, 그들은 한 가게의 CEO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격식 있는 자리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면 어느 곳에 내놓아도 흠잡을 것이 없는 준수한 모습으로 변신하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은, '돈 벌 때는 힘든 일 가리지 말고, 돈 쓸데는 꼭 필요한 곳에 의미 있게 쓰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주변을 둘러보면, 돈 벌 때는 좀 더 쉬운 일만 하려 하고, 쓸 때는 유흥비등으로 탕진하는, 이른바 정승처럼 벌어서 개같이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일들이 왜 생겨날까? 저렇게 흥미위주의 이야기로 이슈화 하여 사람들의 정신을 흩트리기 때문이 아닐까? 미모의 사람은 거친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이라도 머릿속에 남을 것이고, 본인이 못생겼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거친일을 피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3D업종'라는 말이 생겨나고, 미취업자가 넘쳐나는 반면 어느곳에서는 일손이 달려 제대로 운영을 하지 못하는 일과 일손의 불균형의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 아닐까?


전문 지식에 따른 직업의 귀천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모를 앞세워 귀천을 논하는 것은 한참 잘못되었다고 본다.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동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대륙을 들었다 놓았다'는 너무 심한 과장까지 하면서 흥미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인터넷에 떠도는 중국의 생선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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