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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03. 2021

크로바 아니거든요

괭이밥 효소 담기

괭이밥이라 불리는 풀잎은 크로바를 닮았다.

그래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첫눈에 알아 볼만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 주변에서 뽑아도 뽑아도 괭이밥이 번식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번식력이 강한 풀이다. 이름을 몰라서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괭이밥은 알고 보니 어릴 때 시골에서 '고'이라고 부르며 따먹던 풀이었다. 아마도 일제의 영향을 받아 '고 신맛이 나는 풀'이라는 의미로 부르게 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소꿉놀이할 때는 실제로 먹기도 했었다. 그리도 흔한 풀이 우리 집 주변이라고 피해 갈 리가 없었을 텐데, 나는 "뭔 놈의 풀이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와" 하면서 이름이나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검색을 하게 되었다. 이름을 검색하다 보면 풀이름과 함께 특성 및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이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까지 자세히 나와 있다.


알아낸 바로는 괭이밥이 지금 내 나이에 꼭 필요한 성분들이 들어 있으며, 몸을 건강하게 하는 효능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괭이밥을 뽑지 않고 키우고 있다.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괭이밥을 볼 때면 너무 감사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어느 정도 자라면 뜯어서 효소를 담겠다는 마음으로 오히려 잘 자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효소를 담그려고 시도를 했는데 잎이 작고 채취하는데 손이 많이 가서 한참을 뜯어도 원하는 만큼의 양을 채울 수가 없었다.(담금통을 미리 샀는데 한번 채취량이 1/5를 넘기기 어려웠다.) 궁여지책으로 매주 정말 필요 없는 잡초들을 뽑으면서 바구니를 옆에 두고 괭이밥만 따로 모으기로 했다. 그렇게 채취한 괭이밥은 조금씩, 조금씩 효소를 담아 어느 정도의 숙성 기를 지나면 합칠 생각이다.


얼마 전에는 새로 자라 연 한 잎을 간장, 참기름, 식초, 깨소금을 배합한 양념으로 샐러드를 하여 식탁에 올렸다. 고소한 참기름 맛에 괭이밥 특유의 맛은 온전히 느끼지 못했지만 삼겹살 구이와 함께 먹는 맛은 나쁘지 않았다. 샐러드 접시를 남편 앞으로 밀어놓으며 "당신한테 꼭 필요한 성분들이 들어있으니 여기에 고기 좀 싸서 드셔 봐요" 하니 "이거 크로바잖아?"라고 한다. 아니라고, 괭이밥이라는 건데 인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들이 있어서 꼭 먹어야 하는 풀이라고 설명을 하면서 고기 위에 얹어 주었다."아무리 봐도 크로바 같은데..." 하며 한쌈 먹고는 "음 먹을만한데, 고기도 더 맛있네"한다. 크로바를 왜 밥상에 올렸냐는 표정을 짓던 남편은 억지로 한번 먹은 후에는 권하지 않아도 고기에 싸서 맛있게 먹어주었다.


엊그제 토요일에도 효소를 담기 위한 괭이밥을 채취했다. 바구니에 담아 씻으려고 수돗가에 놓아둔 괭이밥을 보고는 남편이 "크로바 또 땄네?"라고 한다. "이긍 크로바 아니라니까~"


그렇게 크로바라는 오해를 받을 만큼 크로바와 너무도 닮은 괭이밥은 그 이름의 유래부터 재미있다.

어느 날 쥐약을 먹은 쥐를 잡아먹은 고양이가 있었다. 먹은 쥐가 소화되면서 쥐약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쥐를 잘못 먹었다는 것을 인지한 고양이는 비실대면서 풀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동물도 병이 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하지만 옛날에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봐 주다가 죽으면 사체 처리나 해주는 것이 최선이었었다. 그런 마음으로 지켜보던 고양이 주인은 갑자기 풀을 뜯어먹다 토하기를 반복하는 고양이를 보고는 그 풀을 자세히 보았는데, 집 주변에 너무도 흔하게 나서 가끔씩 뜯어먹기도 했던 풀로 시큼한 맛이 난다고 '시금초'라고 부르기도 했던 풀이었다. 신기한 마음으로 풀 먹는 고양이를 지켜보니 힘겹게 쥐약 먹은 쥐를 모두 토해내고는 여러 차례 풀을 뜯어먹기를 반복하던 고양이가 기운을 차렸다. 그래서 그 풀이름을 '괭이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괭이밥이 가진 성분으로는 옥살산, 레몬산, 주석산, 구연산, 초산염, 비타민A, C, 미네랄, 칼슘, 철분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고, 이 성분들의 작용으로 개선될 수 있는 효능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해독의  기능이다.

고양이의 몸속에 퍼진 쥐약도 해독할 정도로 탁월한 해독 기능을 가진 괭이밥은 알코올, 마약, 중금속의 독성도 해독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항암 작용이다.

어느 분이 올린 괭이밥의 효능을 체험했던 이야기를 읽었는데, 정말일까 싶은 마음이 아직도 들 정도로 굉장한 이야기였다. 그분의 이야기로는 병원에서 이미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한 소년의 말기 백혈병을 깨끗이 고쳤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기에 옮기기에도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그분이 괭이밥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기에 조금은 믿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만약에 과장된 이야기라 해도 독이 없는 풀이니 해롭지는 않을 것이기에 건강할 때 가끔씩 먹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음 백과에는 '해열, 이뇨, 소종, 등의 효능이 있다'라고만 기록되었다.


그 외, 면역력 강화, 항산화, 항노화, 심혈관 질환 예방 및 개선, 어혈 제거, 항염작용, 피부미용 및 피부질환을 개선한다는 정보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검증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정보들일 수도 있으니 약으로 맹신하는 것보다는 음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괭이밥은 열에 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생으로 먹거나, 비빔밥 재료로 넣거나, 김치를 담가 숙성시켜서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하는데, 생것일 때는 좋은 효능을 발휘하는 유기수산이, 뜨거운 물에 넣으면 독이 되는 무기 수산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괭이밥은 성질이 차서 평소 몸이 차거나, 장이 약하거나, 맥이 약한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아야 하고, 요로결석이나 신장결석이 있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한 지인은 괭이밥을 보면서 어린 시절 봉숭아 꽃물 들일 때 놋그릇 닦을 때도 사용했었다는 추억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하였다. 괭이밥의 유기수산이 놋그릇의 때를 벗겨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옛사람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거였다. 괭이밥은 사람이 살고 있는 주변에 서식하는 특성이 있어서 집에서 50 발자국만 떨어져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는 풀이라고도 하며, 시골집 장독, 뒤뜰, 화단은 물론이고, 도시의 작은 벽돌 사이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흔하게 자란다. 또한 봄부터 가을까지 뽑아도 뽑아도 다시 나올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환경이 깨끗하다고 믿을 수만 있다면 수시로 채취하여 저장했다가 틈틈이 먹으면 좋을듯하다. 그래서 나는 효소를 담근다.



*효소 담그

괭이밥의 리여리한 품새는 채취하는데도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얻을 수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조금씩 형편 되는 대로 채취하여 풀이 있는 동안 계속해서 담기로 했다.

 

푸른 잎 무성해 보이지만 이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골라서 따다 보면 한참을 따도 한 바구니 따기가 어렵다. 주변의 풀을 뽑으며 4시간 정도 따면 1킬로그램쯤 된다. 그러나 4시간을 쪼그려 앉아 따기가 힘들어서 보통 500그램 정도 따면 멈춘다. 채취 후 다시 한번 이물질을 골라내고 깨끗이 씻어서 물기가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같은 양의 설탕과 버무려 눌러놓는다. 일주일쯤 되어 추출된 괭이밥액은 시큼하고 달달한 맛이다. 3개월 이상 가끔 뒤집어 주면서 숙성시킨 후 건더기를 걸러내고 밀봉하여 6개월 이상 숙성시키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자연의 선물이 된다.


괭이밥풀은 여러 가지 산야초를 섞어 효소를 담글 때도 꼭 포함시키는 감초 같은 역할도 하는데 혹여 독성을 품은 재료가 섞이더라도 그 독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괭이밥의 해독작용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말로 이해해도 좋을듯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각 산야초들의 특성을 살펴서 독이 있는 식물은 전문가가 아니면 쓰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될것이다.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효소 담그기, 그중에서도 괭이밥은 한꺼번에 원하는 만큼의 양을 채취하기가 힘들어 여러 번에 나누어 담다 보니 담근 날짜가 다 달라서 거르는 날짜와 먹을 수 있는 날짜도 달라 꼼꼼히 기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마실 때도 반드시 차게 마셔야 하는 주의사항도 잊지 않아야 하는 은근히 까칠한 녀석이다. 그러나 제대로 비위만 맞춰주면 어느 풀보다도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괭이밥 효소를 담고 또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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