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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05. 2021

제비꽃, 너도 약이 된다고?

효소 섞어 담기

풀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는데 아마 앞으로도 놀랄만한 상황들이 종종 생길 것 같다.

약이 되는 풀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는 {식물도감}을 읽다가 제비꽃도 좋은 약재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어! 정말? 제비꽃도 약이 된다고?" 하는 생각에 긴장을 풀고 있던 두뇌가 확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제비꽃 역시 우리 집 주변에 많이 자라고 있었고 산이나 들이나 어디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풀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니 제비꽃에 대한 자료가 풍성했다. 그동안 수시로 많이도 뽑아버렸는데 그게 다 좋은 효소 재료였다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제비꽃도 뽑지 않고 키우게 될 것 같다.




완도에 도착하자마자 제비꽃을 캐러 갔다. 제비꽃은 잎과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었다. 그런데 마귀 같은 내손을 피해 남아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효소로 담으려니 담금병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자라지만 많지 않은 양으로 쓰임에 선택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풀들을 함께 담기로 했다. 이미 효소 도감에서 여러 가지 산야초를 함께 활용하는 내용을 보았기에, 있으나 많지 않아 홀로 활용하기에는 아쉬웠던 종류 서너 가지의 풀을 함께 담기로 한 것이다. 백여 가지의 풀과 열매, 그리고 뿌리까지 섞어 담는, 이름하여 백야초라는 효소를 이미 많은 분들이 담가 활용하고 있었다. 백야초는 약이 될만한 풀들 백여 가지를 모두 섞어 담는 것인데, 꼭 백가지가 아니어도 되었다. 그냥 구할 수 있는 온갖 풀들을 다 넣는다는 의미의 '백야초'였다.


백야초의 이점은 산과 들에 넘쳐나는 풀들이 나름대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독을 가진 것들이 있는데, 독만 없다면 월등한  약효를 볼 수 있는 풀들을 민간에서 안전하게 먹기 위한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전해 왔던 방법이라고 한다. 산야에는 독이 있는 풀과, 독이 없는 풀, 그리고 다른 야초의 독성분을 해독하는 풀들이 공존한다. 혼자서는 독풀이었다가도 여러 가지가 섞이면 독은 사라지고 약효만 남는 풀도 있고, 또 다른 풀과 섞이면서 독이 생성되는 풀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백가지 정도의 풀을 섞으면 거의 모든 독성이 풀리고 몸을 이롭게 하는 성분으로 변한다 하니 실로 자연의 섭리에 감탄할 뿐이다. 그러나 백야초를 담글 때에도 명백하게 독풀이라고 정해진 풀은 넣지 않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제비꽃을 캐면서 그 양이 많지 않음에 서운한 마음이 질경이, 당귀, 그리고 괭이밥을 섞어 담기로 하면서 다시 기대가 되었다. 내가 선택한 4가지의 풀들은 모두 독이 없고 소염, 이뇨, 조혈, 해열, 거담, 해독의 기능을 가진 풀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제비꽃을 중심으로 다른 풀들은 조금씩만 넣었다. 어쩌면 제비꽃의 성분을 먹기 위한 트릭을 쓴 것이었다.


제비꽃이 가진 주요 성분은 식이섬유, 사포닌, 비타민, 루틴, 페놀염, 글리코사이드이고, 해독 소염, 소종, 지사, 최토, 이뇨 등에 효과를 보여 옛날부터 한약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페놀염은 대장암 발병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라 하며, 루틴은 혈관 질환과 비만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역시 인터넷에는 제비꽃의 효능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었는데, 만병통치약처럼 들린다. 여러 가지 산야초가 가진 약효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깨달은 것은 모든 먹거리에는 나름대로의 약효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매일 주식으로 먹는 음식들에 모두 몸을 살리는 약효가 있고, 기호식품 또한 좋은 성분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음식을 만들 때 맛을 내기 위해 넣는 '양념'이라는 말도 약이 되는 식품이라는 의미에서 '약념'이라는 단어가 순화되어 '양념'이 된 것이라고 한다. 다만 체질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에 무엇이 어디에 좋다는 말만 믿고 똑같이 따라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모두들 다아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산야초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병에 어느 것이 좋더라 하여 그 한 가지 만을 맹신하기보다는 평소에 음식처럼 골고루 섭취해주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제비꽃 효소 섞어 담기

제비꽃 300그램, 질경이 150그램, 당귀 150그램, 괭이밥 100그램, 모두 집 주변에서 스스로 자라는 것들이고 지렁이가 사는 건강한 땅에서 자라는 풀들이다. 게다가 바로 바닷가여서 해풍까지 맞으니 건강한 환경이라는 믿음은 뼛속까지 스며든 상태이다. 제비꽃을 캐다가 양이 적어서 보충하기 위해 질경이와 당귀 괭이밥을 채취했는데 신기하게 위에 비율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양이 되었다. 모두 합쳐서 700그램이니 설탕도 700그램을 계량하여 잘 섞어 담았다. 설탕을 버무릴 때는 동량을 준비하였다가 일부만 버무리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마지막에 윗 설탕으로 뿌리고 눌러준다. 역시 3개월 이상을 숙성시킨 후에 잘 걸러서 밀봉하여 다시 6개월간 숙성시키면 몸에 좋은 맛있는 건강차가 된다. 병에 담은 후에는 풀의 종류와 날짜를 기록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날마다 먹는 까마귀 고기 때문에 그렇게 좋았던 기억력이 이제 돌아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도 가물가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내 머리보다 종이에 기록된 글자를 더 믿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설탕을 버무려 담은 후 : 사진을 안 찍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부랴부랴 윗 설탕 넣기 전에 찍은 사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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