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왕따 당할 용기

경쟁자와 잘 지내려 눈치 보지 말 것

by 강현숙

일단은 주변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묵묵히 내 장사만 했다. 스스로 왕따 당할 용기를 갖지 않으면 그들과 같아지거나 도태되기 십상이다. 나를 왕따 시키기로 마음먹은 상인들의 횡포는 법인경매사에게 까지 전해졌는지 주말장사를 목적으로 시킨 물건들이 제대로 수급이 되지 않았다. 같은 물건을 몇 명이서 주문을 하면 나를 제외하고 나누어 주며 물량이 부족해서 나에게 까지 줄 수가 없다고 했다. 싸우기 싫어서 여러 번 넘어갔다.


새우와 꽃게 철에 약간의 타격이 있었다. 물건이 없어서 찾아온 손님을 옆집으로 보내야 했다. 물건의 배분이 있던 시간에 상황을 보려고 경매장으로 갔다. 내가 주문했던 물건이 있었다. 순간, 한 경매사가 나를 보고는 급하게 뒤로 감추는 모습을 포착했다. 내 뒤에서 행하던 횡포가 내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장사의 1원칙, 돈이 되는 물건이라면 싸워서라도 내 것으로 해야 한다. 말이 되든 안되든 큰소리를 쳐서 라도 확보를 해야 한다. 하물며 버젓이 주문한 물건을 두고도 못 찾아오면 장사를 포기하거나 돈 벌기를 포기해야 한다. 잘 팔리는 물건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수입의 많고 적음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눈앞에서 보이게 장난치는 경매사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이미 말했듯이 몇몇 상인들이 함께 나를 왕따 시키는 분위기인지라 경매사를 옹호하는 상인도 있었다. 내편이 없어도 상관이 없었다. 감추어놓은 박스를 엎어 버렸다. 내가 팔 수 없으면 다른 사람 파는 것도 구경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완전 막무가내였지만 그들 모두는 나와 경쟁자였다. 그들과 서먹해지지 않으려고 내 몫을 빼돌리는 그들과 잘 지낼 필요는 없었다. 장사꾼이 왕따가 무서워 자기 몫의 물건을 양보하면 무엇을 팔아 돈을 벌겠는가?


그날 이후 경매사는 개구리에게 급소를 맞아 얼빠진 뱀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상인들과 경매사와의 관계는 더욱 서먹서먹했지만 물건수급은 대체로 공평했다. 왕따를 당하건 말건 내장사에는 영향이 없었다. 손님들은 원하는 물건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만 있으면 떠나지 않으니까.




장사꾼에게 물건 수급은 생명과도 같다. 제철에 꼭 있어야 할 물건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장사를 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정해진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보다 못하게 된다. 좋은 인간관계는 돈 버는 목적이 아닐 때만 유지해도 된다. 내 물건을 빼앗아 가는 사람들과 관계가 안 좋아 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keyword
이전 09화억울한 사건들과 주변 상인들의 질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