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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사건들과 주변 상인들의 질투

평화로운 웅덩이에 뱀이 왔다

by 강현숙

오랜만에 만난 상인들은 얼굴이 좋아졌다면서 3개월씩 쉴 수 있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진심인지 비꼬는 말인지 그 진위는 가을장사를 하면서 알 수 있었다.

장사의 운이 따라주어 손님들은 날로 많아졌다. 돈이 되겠다 싶은 물량을 확보하면 예상대로 잘 팔렸다.

그런데 생돈을 물어 주어야 하는 일이 몇 번 생겼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지출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 가게에서 사간 살아있는 꽃게를 쪄먹고 배탈이 나서 응급실까지 다녀왔으니 그 비용을 내놓으라 했다. 카드로 결제한 우리 영수증을 내밀며 다짜고짜 현금으로 보상해 달라는 것이다. 기선제압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처음부터 언성을 높여 말했다.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우리 가게로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오래 끌면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리라.


얼른 죄송하다고 말하며 달래고 영수증에 기재된 금액만큼 현금으로 환불해 주어 보내고 나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돈 보다도 나를 이상한 물건을 판사람으로 몰아대던 손님의 태도가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살아서 펄펄 뛰는 꽃게를 먹고 탈이 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다음 주에도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키조개관자였다. 분명히 싱싱한 관자를 손질까지 해서 팔았는데 그걸 몇 조각 삶은 상태로 들고 와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관자냄새라고 싱싱한 상태라고 설명을 하며 보는 앞에서 삶아온 조각을 먹어도 보았지만 이미 돌아선 손님의 마음은 뒤돌릴 수가 없었다. 결국은 관자값도 물어주었다. 그리고 그 손님이 두고 간 관자는 삶아 먹었다. 입에는 맛있게 느껴졌지만 마음은 울며 겨자 먹기였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더욱 조심했지만 구이굴을 팔면서 또 한 번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우리 가게로 오지 않고 법인사무실로 곧바로 찾아가 우리 가게에서 산 구이굴을 먹고 온 가족이 모두 탈이 났다는 것이다. 법인의 호출을 받고 가서 당사자를 만났지만 거래영수증도 없었고 우리 가게에 왔던 분인지 전혀 기억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당사자는 분명 우리 가게에서 샀고 내 얼굴도 기억이 난다고 했다.


손님이 그렇다는데 어떻게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응급실비용 60 만원이 나왔다는 병원 결재 영수증만 내밀며 보상하라고 했다. 결국 법인이 절반을 낼 테니 합쳐서 보상해 주자는 합의안에 따라 30 만원을 주고 해결했다. 당시 구이굴 10킬로짜리 1망은 1만 5천 원이었다. 진짜 사갔다 해도 20배의 보상이었다. 그날 팔린 구이굴은 50 망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바로 cctv를 설치했다. 필요하면 우리 가게를 다녀간 손님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상인들도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날카로웠다. 보통은 자신의 손님이 원하는 물건이 없을 때는 바로 옆집에서부터 구하게 되는데 어느 날부터 우리 집을 비껴가 구해 오거나 다음날 구해놓겠다며 그냥 보내고 있었다. 반대로 내가 필요해서 좀 달라고 하면 예약된 것이라거나 없다고 했다. 분위기가 왜 그러지?라고 느끼던 어느 날, 한 상인이 아예 대놓고 미역이나 팔라며 도매로 벌었으면 소매는 적당히 하라고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때 눈치를 챘다. 겨울 동안 팔리는 미역의 양이 자기들 상상보다 많음을 알아챘던 것이다. 또 겨울장사가 끝나면 휴업계내고 3개월씩 쉬다와도 재무에 타격 없이 장사를 하고, 또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하고, 여권 들고 비자받아 비행기타며 사는 나를 주변의 상인들이 질투하고 단체로 따돌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시장이라는 공동체에서 장사할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억울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저 조용한 게 좋다고 캐지 않아서 그렇지 위에 일어났던 저런 사고가 나를 질투하는 누군가의 소행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귀신은 몰라도 판매한 본인은 안다. 사고가 날 물건인지 아닌지를... 특히 식자재 거래에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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