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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냐 건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돈도 건강도 포기할 수 없기에

by 강현숙

매해 5월이면 해초류의 시장은 모두 마감된다. 바쁠 때 참았던 고통들이 밀려오는 시기이다. 봄마다 알 수 없는 몸의 고통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진료를 받는다.

장사를 시작하고 3년 차에는 정말이지 죽을병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종합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위궤양, 역류성식도염, 고지혈증, 미주신경실조증등 각 기관마다 이상증세가 발견되었다. 장사하기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진단을 받은 적이 없던 것 들이다. 병원에서는 약 처방만으로 모두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눈만 뜨면 일해야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하는 시장생활에서 의사의 처방은 내 병을 치료하는 아무런 역할도 못했다.


건강이 최고의 재산이요!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다!
젊어서는 돈 버느라 시간을 쓰고 늙어서는 병원 다니느라 돈을 쓴다!


라는 명언들이 내 몸에 새겨지고 있었다. 아직 품위 있는 노후를 위해 목표했던 기간과 금액이 채워지려면 한참을 더 달려야 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어지럽고 기운 없어 걷다가도 주저 않는 현상을 겪으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면 건강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은 후의 상황도 생각했다.

죽은 뒤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또한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사는 남편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남매를 아직 결혼도 시키지 않은 상황이었다. 죽는 것보다 조금 덜 벌어도 쉬어가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는 판단이 섰다. 의사의 처방에 따르기로 했다.


휴업계를 냈다. 다시 겨울장사를 위한 준비기간까지 3개월을 쉴 수 있었다. 쉬자! 결정하고 나니 하루라도 가게 문을 닫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던 생각이 바뀌었다. 마음이 너무나 편안했다. 여행도 하고, 책도 읽고, 글쓰기 공부도 했다. 짧은 기간, 참으로 사람답게 살았다 싶은 휴가였다.


아직도 약복용을 멈추지는 못했지만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미주신경실조증은 쉬는 것 말고는 약도 없다고 해서 따로 약을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석 달 쉬는 동안 증세가 사라질 정도로 휴식의 효과는 컸다. -겨울 동안 열심히 장사 하고 내년에 또 다시 휴업계를 내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니 없던 힘도 솟아났다.


추석이 다가왔다. 돈 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서둘러 추석에 팔 물건들을 확보해 냉동실에 쌓아두고, 직원을 구하고, 특별히 고마웠던 거래처 사장님들께 선물을 보냈다. 3개월 쉬는 동안 뵙지 못했던 단골손님들도 반갑다며 한 분 두 분 다시 찾아오셨다. 휴가를 즐기는 동안 다른 가게로 가셨던 단골손님들이 우리 가게를 지나쳐갈까 봐 걱정했던 마음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문 닫으면 단골손님들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하루도 쉬지 못하는 상인들에게 필자의 말 믿고 문 닫고 쉬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쉴 때 이유가 타당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만큼 쉬고, 돌아와야 할 때는 반드시 돌아와 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장사하고 있을 때 손님들이 만족하도록 좋은 물건으로 친절하게 신뢰를 얻어놓는 것이다. 그러면 건강회복을 위해 휴식하는 동안 손님들은 오히려 걱정해 주며 기다려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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