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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09. 2024

우아함에 대하여

예쁘고 잘 가다듬어진 시간만이 우아한 것은 아니었다.

"나의 우아함을 찾아오세요!" 발표 시간, 다음 주 주제가 우아함이었다. 나는 우아함이라는 말이 너무 어려웠다. 우아함이라는 단어는 고상하고 기품 있으며 아름답다는 말이다. 이번엔 고상하다는 말이 걸렸다. 고상하다는 말도 어렵게 느껴졌다. 고상하다는 품위나 몸가짐의 수준이 높고 훌륭하다는 말이다. 사전에 검색해 봤음에도 나는 우아함이 어려웠다.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메모지에다 내가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열해 적었다. 


목련, 한복, 백조, 르네상스와 인상주의 미술, 클래식 음악 등이었다. 

나는 메모지를 보며 왜 이것이 우아하다고 적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이것들이 그 자체로서 아름답고 기품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중요한 단어는 '그 자체로'다.


목련이 우아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조화가 우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르네상스 미술이 우아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흉내 낸 모조품이 우아하지는 않았다. 

나의 별 것 없는 취미가 우아할 수는 있어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하는 의미 없는 일들은 우아하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을 그 자체로서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사람도 우아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여기서부터 나의 우아함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장 나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시간들을, 순간들을 찾았다.


나는 책에서 마음에 든 문장을 공책에 필사할 때 우아했다. 

잔뜩 화가 나서 삐죽한 마음들을 일기에 털어놓을 때 우아했다. 

쪼그려 앉아 화분의 잎에 내린 먼지를 닦아낼 때 우아했고, 시를 쓸 때 우아했다. 

외주 받은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어 완성된 그림을 구겨버렸을 때 우아했다. 


예쁘고 잘 가다듬어진 시간만이 우아한 것은 아니었다. 


오드리헵번이 우아함은 결코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이라 말했다. 가면 없이, 꾸밈없이 가장 나 다울 수 있을 때 우아함은 시들지 않는다. 가장 나답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나이가 들어도 늘 우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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