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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12. 2024

여름 바다

싱그러웠던 여름이 영글어간다.

여름바다

               -꽃채운-


부서진 파도 가루가 돌멩이 구석구석 묻었다. 

파도가 묻은 돌은 반짝이는 여름 보석이 됐다.


파란 하늘의 흰 구름이 파랑 치고

햇살은 날카롭게 등을 찌른다. 

조그만 바닷게는 바쁘게 길을 간다.


들뜬 아이의 웃음소리와

이제서야 꺼내보는 어른들의 천진한 목소리.


길가에 늘어선 트럭에선

단내 나는 복숭아들이 한가득 담겨

여행객들의 발을 잡는다.


매미가 찢어질 듯 운다.


싱그러웠던 여름이 영글어간다.






새벽부터 바다로 향했다. 너무 이른 시간 집을 떠나온 터라 피곤한 마음만 가득이었다. 막상 바다에 도착하니 그런 마음은 달아나고 즐거운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파도에 젖은 돌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파도가 부서진 자국이었을까, 햇살이 묻어서였을까. 예뻐 주워왔던 조약돌 하나는 바다를 떠나왔기 때문에 그때의 반짝임을 보여주진 않는다. 


파란 하늘은 푸른 바다와 이어져 마치 하나 같았다. 바다에 파도가 쳤다면 하늘엔 구름이 파랑 쳤다.

어른들도 어린아이들처럼 천진하게 웃었다. 어린아이들이 외치는 감탄사와 웃음, 어른들의 신난 말소리들이 어우러졌다. 매미가 찢어지듯 운다. 여름의 한 복판에 들어와 있음을 새삼 느꼈다. 파릇파릇 연둣빛을 띄던 여름은 온 데 간데없고 이제 진녹색 여름이 영글어간다. 아마 나는 오랫동안 이 날의 바다를 기억하지 않을까. 어쩌면 먼 훗날 이 날의 바다로 돌아가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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