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오던 지난겨울, 나는 나에게 편지를 썼다. 우울증이 심해 병원 진료 시간에도 의사 선생님께 한마디도 않고 울기만 했던 시간이었다. 나의 편지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다들 이 덧없고 허무한 세상 무슨 즐거움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물음,
모두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냐는 물음,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고 다 잃어버렸음에 대한 원망,
그것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에 대한 의문.
잃어버렸던 그 계절들에는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우울에 머리끝까지 잠기고 나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물속에서 눈을 뜬 듯 세상이 흐릿했다. 정상이라는 단어도,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의문이 들었다. 이 지난한 우울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더 지난 며칠 전, 희망적인 말을 들었다.
"이제 회복기 같아요. 의욕도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고요. 변화가 느껴지네요. 본인도 느끼시죠?"
회복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그 의문의 시간들이 다시 떠올랐다. 잘 지내셨냐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처음으로 잘 지냈다고 답했다. 내원 기간이 2주에서 한 달로 바뀌고, 한 달 치의 약 봉투를 받아 나오면서 마음이 왠지 간질거렸다. 나을 수 없을 거라 절망하던 여름이, 혼자 울며 유서를 쓰던 매서운 겨울이 떠올랐다. 모든 이가 살랑이는 봄바람에 웃음 지을 때, 함께 웃을 수 없어 더욱 우울하던 봄이 떠올랐다.
할 일이 남았다. 지난겨울 썼던 편지의 무수한 질문이 있다. 그에 대한 답을 이번 겨울에는 하나씩 달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