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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12. 2024

스물여섯 겨울

스물 겨울

                        -꽃채운-


다들 왜 살아가나요?

이 덧없고 허무한 세상을

무슨 즐거움으로 살아가나요?

나는 너무나 궁금해요.


좋아하는 것을 잃었어요.

즐거운 것을 잃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잃었어요.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고

전부 잃어버렸어요.


나는 텅 빈 마음을 견딜 수가 없어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데

왜 모두 부정하고 외면하나요?


마음에도 피가 났으면 좋겠어요.

모두의 눈에 보이도록 피가 났으면 좋겠어요.

아프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다들 왜 살아가나요?

모두 이렇게 사나요?

텅 빈 채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나요?



눈이 많이 오던 지난겨울, 나는 나에게 편지썼다. 우울증이 심해 병원 진료 시간에도 의사 선생님께 한마디도 않고 울기만 했던 시간이었다. 나의 편지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다들 덧없고 허무한 세상 무슨 즐거움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물음,

모두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냐는 물음,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고 다 잃어버렸음에 대한 원망,

그것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에 대한 의문.


잃어버렸던 그 계절들에는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우울에 머리끝까지 잠기고 나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물속에서 눈을 뜬 듯 세상이 흐릿했다. 정상이라는 단어도, 세상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의문이 들었다. 이 지난한 우울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더 지난 며칠 전, 희망적인 말을 들었다.


"이제 회복기 같아요. 의욕도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고요. 변화가 느껴지네요. 본인도 느끼시죠?"


회복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그 의문의 시간들이 다시 떠올랐다. 잘 지내셨냐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처음으로 잘 지냈다고 답했다. 내원 기간이 2주에서 한 달로 바뀌고, 한 달 치의 약 봉투를 받아 나오면서 마음이 왠지 간질거렸다. 나을 수 없을 거라 절망하던 여름이, 혼자 울며 유서를 쓰던 매서운 겨울이 떠올랐다. 모든 이가 살랑이는 봄바람에 웃음 지을 때, 함께 웃을 수 없어 더욱 우울하던 봄이 떠올랐다.


할 일이 남았다. 지난겨울 썼던 편지의 무수한 질문이 있다. 그에 대한 답을 이번 겨울에는 하나씩 달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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