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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21. 2024

열매 모임

열매모임

                         -꽃채운-


어느 가을날

숲 속에서는 열매들이 모였습니다.


귀여운 도토리도 왔고

잘 익은 감도 왔고

어여쁜 사과도 왔습니다.


삐죽삐죽 가시 달린 밤송이 하나도

초대를 받아 왔습니다.


열매들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눕니다.

떨어지는 낙엽의 아름다움, 

다람쥐에게 어여쁘다는 칭찬을 들은 이야기.

모임 장소는 왁자지껄 합니다.


그 속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밤송이.

밤송이는 할 말이 없습니다.


도토리처럼 귀엽지도 않았고

감처럼 달콤하지도 않았습니다.

사과처럼 어여쁜 빛이 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얼굴 가득 어색한 웃음 띄워놓고 

그저 맞장구만 칩니다.


여러 열매 속에 있지만 밤송이는 왠지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왠지 혼자 남겨진 듯 쓸쓸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 '아,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다'라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말 주변이 부족해서, 할 말이 없어서,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가만히 있는 적이 많습니다. 

가시 돋친 밤송이는 삐죽삐죽한 예민함을 달고 삽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뾰족한 겉 옷을 벗고 윤기 나는 멋진 알맹이를 보일 것입니다. 

속은 있는 밤송이. 속내는 누구보다 알차고 달콤한 밤송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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