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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21. 2024

첫사랑

첫사랑

                    -꽃채운-


스무 살, 스물한 살

시럽 모자 쓴 사람 모양 빵 하나 사이에 두고

커피 잔에는 이슬이 또르륵,


귀엽던 파마머리는 밤톨처럼 깎고

열여덟 달의 편지가 산처럼 쌓여

한 권의 책이 됐다.


네가 돌아오던 날

커다란 해바라기 꽃다발을 들고

너를 데리러 가던 길


어느덧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고

어엿한 어른이 되어서는


벌써 오래된 날들이야


여전하냐는 말에

점점 진해진다던 너


우리가 좋아하던 계란 꽃은 매년 피어나고

그 한가운데서

여전히 서로를 들여다본다.



스물한 살에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벌써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스무 살이던 그 애는 군대에 다녀오고,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고,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스물 한살이던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일을 하고, 수영강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강산은 반밖에 바뀌지 않았겠지만, 저희에게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첫사랑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개망초가 계란 같아 귀엽다며 그냥 계란꽃으로 부르자고 하곤, 매년 계란꽃 사진을 찍습니다. 겨울날 학사모를 쓰고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은 세월이 지나면서 촌스러워지겠지요. 


그래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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