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여름이 싫었다

by 꽃채운

나는 늘 여름이 싫었다

-꽃채운-



끈적이는 공기

쨍하니 우는 매미소리

이글거리는 태양

밤늦은 시간까지 왁자지껄 웃음소리 가득한 골목길

사람들로 붐비는 산책로


땀에 옷이 붙어오고

아무리 용을 써도 햇빛을 피할 길이 없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수박 하나 쪼개어 먹고

온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다

위잉 돌아가는 선풍기와 정겨웠던 모기향 냄새

그 시절 우리 동네에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동네를 가득 채웠다


나는 늘 여름이 싫었다.

후끈한 열기, 끈적이는 몸, 햇빛에 타는듯한 정수리가 싫었다.


그런데 왜 늘 꺼내보는 사진은 여름의 날인지.

이제는 쓰지 않는

동그란 모기향 냄새를 어쩌다 맡게 되면

왜 그날의 개구리 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지.



어린 시절 저의 동네에는 개발이 되지 않은 저수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가 태어나고 자랐던 저수지였습니다. 엄마가 어렸을 적에는 그 저수지에서 조개도 건져 먹었다고 합니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던 나룻배도 한 척 있었대요. 여름이면 들어가 수영을 하고 놀고, 겨울이면 언 저수지 위에서 썰매를 탔다고 합니다.


그 저수지 옆에서 저도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마감되지 않은 흙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아기 오리들이 엄마 오리를 따라 걸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밤에는 별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차로 10분만 나가면 높은 빌딩이 가득 찬 도시였는데도 옛날의 모습을 한 저수지가 남아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큰 행운이었지요. 저수지 산책 길 바로 옆에는 논과 밭이 있어 개구리 우는 소리가 참 우렁찼습니다. 잠이 안 오는 밤이면 개구리울음소리 들으러 저수지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맨 살에 개구리가 붙으면 뒤로 넘어갈 듯 난리를 쳤던 기억도 납니다.


그 시절 여름밤에는 동그랗게 생긴 모기향에 불을 붙여 피웠지요. 그 특유의 모기향 냄새는 사실 객관적으로는 좋은 냄새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냄새가 왜 그렇게 좋게 남았는지.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모기향이지만 펜션에 놀러 갔을 때나 편의점 앞 벤치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그 냄새를 맡으면 어렸던 그날로 돌아갑니다. 영상을 틀어 놓은 듯 개구리가 요란히 울고, 수박을 쪼개 하나씩 들고서는 수박에 씨가 너무 많다며 투덜대던 그날이 재생됩니다. 그 여름날엔 모두가 웃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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