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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26. 2024

나는 늘 여름이 싫었다

나는 늘 여름이 싫었다

                                      -꽃채운-



끈적이는 공기

쨍하니 우는 매미소리

이글거리는 태양

밤늦은 시간까지 왁자지껄 웃음소리 가득한 골목길

사람들로 붐비는 산책로


땀에 옷이 붙어오고

아무리 용을 써도 햇빛을 피할 길이 없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수박 하나 쪼개어 먹고 

온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다

위잉 돌아가는 선풍기와 정겨웠던 모기향 냄새

그 시절 우리 동네에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동네를 가득 채웠다


나는 늘 여름이 싫었다. 

후끈한 열기, 끈적이는 몸, 햇빛에 타는듯한 정수리가 싫었다.


그런데 왜 늘 꺼내보는 사진은 여름의 날인지.

이제는 쓰지 않는 

동그란 모기향 냄새를 어쩌다 맡게 되면 

그날의 개구리 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지.



어린 시절 저의 동네에는 개발이 되지 않은 저수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가 태어나고 자랐던 저수지였습니다. 엄마가 어렸을 적에는 그 저수지에서 조개도 건져 먹었다고 합니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던 나룻배도 한 척 있었대요. 여름이면 들어가 수영을 하고 놀고, 겨울이면 언 저수지 위에서 썰매를 탔다고 합니다.


  그 저수지 옆에서 저도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마감되지 않은 흙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아기 오리들이 엄마 오리를 따라 걸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밤에는 별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차로 10분만 나가면 높은 빌딩이 가득 찬 도시였는데도 옛날의 모습을 한 저수지가 남아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큰 행운이었지요. 저수지 산책 길 바로 옆에는 논과 밭이 있어 개구리 우는 소리가 참 우렁찼습니다. 잠이 안 오는 밤이면 개구리울음소리 들으러 저수지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맨 살에 개구리가 붙으면 뒤로 넘어갈 듯 난리를 쳤던 기억도 납니다. 


그 시절 여름밤에는 동그랗게 생긴 모기향에 불을 붙여 피웠지요. 그 특유의 모기향 냄새는 사실 객관적으로는 좋은 냄새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냄새가 왜 그렇게 좋게 남았는지.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모기향이지만 펜션에 놀러 갔을 때나 편의점 앞 벤치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그 냄새를 맡으면 어렸던 그날로 돌아갑니다. 영상을 틀어 놓은 듯 개구리가 요란히 울고, 수박을 쪼개 하나씩 들고서는 수박에 씨가 너무 많다며 투덜대던 그날이 재생됩니다. 그 여름날엔 모두가 웃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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