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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23. 2024

해파리

상어와 고래만으로 가득 찬 바다라니.

해파리

           -꽃채운-


모두 상어나 고래가 되고 싶어 한다.

바닷속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데

왜 이 수많은 사람들은 늘 자신이 상어나 고래가 되길 바라나


해파리 같은 삶도 있을 테고,

오밀조밀 작은 열대어 같은 삶도 있을 텐데.

없어서는 안 될 수많은 빛깔 지닌 산호초의 삶도,

오랜 세월 지혜 쌓은 거북이의 삶도 있을 테다.


서로 상어가 되겠다고, 고래가 되겠다고

매일 같이 경쟁하고 싸우는 인간세상,


난 상어가 되려고 경쟁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냥 해파리가 되어 살고 싶을 뿐이에요.

경쟁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그저 넓은 바다를 

여행하듯 떠다니고 싶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말한다.

경쟁에서 진 패배자의 말이라고, 

상어가 될 자신이 없어 도망간 도망자의 말이라고.

다시 생각해 보고 상어가 되라고 설득까지 한다.


바닷속에 어떻게 상어와 고래만 있을 수 있나?

상어와 고래만으로 가득 찬 바다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황폐하다.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어여쁜 산호초가 있고, 귀여운 열대어도 있고, 불가사리도, 해초도, 해파리도, 거북이도 있어서입니다. 여러 물고기가 섞여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날렵하고 강한 상어와 거대하고 멋진 고래만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상어가 되길 바라고, 고래가 되길 바라는지 의문이 듭니다. 어린 시절부터 꼭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이걸 시작하려면 끝까지 할 거면 하고, 중간에 포기할 거면 시작도 하지 마라는 말도 종종 들었습니다. 


 저는 중학생 시절부터 해파리가 참 부러웠습니다. 해파리는 헤엄치는 힘이 약해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하죠. 수족관에 가도 물길 따라 둥둥 떠돌 뿐입니다. 중학생 시절의 저는 늘 경쟁해야만 했습니다. 

수영 선수 시절을 지내며 늘 1등을 목표로 운동에 매진해야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게 싫었거든요. 물도 좋고 수영하는 것도 좋은데,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는 것은 늘 압박감이 심했고, 옆레인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도 커다란 스트레스였습니다. 


같은 수영 팀 내에서도 같은 종목의 선수와는 친구보다는 경쟁자의 마음이 컸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도 만족하지 말고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은메달을 따면 아쉽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라고요. 저는 메달의 색은 크게 상관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한 마디씩 했습니다. 


아, 해파리처럼 그냥 둥둥 떠다니고 싶다고 그때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운동을 그만둔 지금도 생각합니다. 해파리처럼 이 세상을 그저 흘러가는 데로 떠다니며 여행하고 싶다고요. 


다들 꼭 1등이 되어야 하고, 모두가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물고기가 상어로 태어나는 게 아닌데,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잡아먹을 수 있는 상어의 삶을 바라는 듯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바다의 모든 생명이 상어와 고래인 세상을요. 정말 끔찍하고 황폐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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