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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23. 2024

머리를 빗다가

엉켜버린 머리 끝부분을 살살 빗다가 생각했다. 엉켜서 빗겨지지 않는 머리를 힘을 줘 세게 빗으면 빗겨지지 않는다. 아프기만 했다. 엉킨 뜨개실을 푼다고 힘을 줘 당겨버리면 더 꽁꽁 얽혔다. 다시 풀어내는데 한 세월이 걸린다. 아, 이런 거구나 했다.


물에 뜨려면 힘을 빼야 하는 것처럼, 멋진 수채화를 그리려면 붓 끝에 힘을 빼고 그려야 하는 것처럼.

오래 달리려면 다리에 너무 많은 힘을 줘선 안된다. 노래를 부르더라도 목에 힘을 주고 악을 써 부르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엉켜버린 건 최대한 힘을 빼야 한다. 어린아이 살피듯이 살살, 달래가면서 풀어내야 했다. 

엉킨 건 머리카락도 실타래도, 인생도. 

힘을 빼고 살살 세심하고 다정하게 풀어내야 한다. 어쩌면 산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너무 깊게 힘을 줘 생각하면 두려움과 막연함이 얽힌다. 너무 힘을 주고 진지하게 살아가다 보면 금세 지쳐버리고 만다. 긴 삶을 살아가려면 힘을 좀 빼야지. 너무 진지할 것도, 심각할 것도 없다. 

생각에 힘을 주면 물속 깊이 가라앉는다. 다시 떠오르려면 몸에 힘 빼고 생각을 덜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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