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야구도 승률 5할의 싸움

야구장에서 만난 노자의 '도덕경'

by Golden Tree

선수교체, 꼭 지금 해야 하나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선수가 교체된다. 투수가 연이은 볼넷으로 타자를 연속 출루 시키거나 실점이 많아질 때, 투수코치는 마운드를 방문한다. 코치의 마운드 방문 이후에도 투수의 공이 나아지지 않으면 감독은 투수를 교체한다. 선발 투수는 대체적으로 바로 교체되지 않는다. 불펜이 감당할 몫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투수일지라도 대량 실점 시에는 비교적 빠르게 투수는 교체되며 중요한 경기일수록 교체카드는 자주 등장한다.


타자 역시 마찬가지다. 타자가 연속 삼진일 때, 타석에 나왔으나 안타가 전무할 때 또는 수비 실책이 발생하면 감독은 다른 타자에게 기회를 건넨다. '실책도 실력'이라는 말처럼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기회를 뺏긴다. 야구는 아주 냉정한 스포츠다.


교체되는 건 비단 선수뿐이 아니다. 팀이 연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때면 여론과 팬들은 감독 교체 이야기를 슬며시 꺼낸다. 감독 교체가 언급된 시점에 경기 결과마저 계속 부진하면 감독은 눈치껏 자진 사퇴하거나 경질된다. 매번 잘할 수만도 없는 법인데 프로의 세계에서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선수가 교체되거나 감독이 교체되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진작에 바꾸지 그랬어요." vs "지금까지 잘했는데 조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되나요."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이기고 싶고 잘하고 싶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다. 하지만 의지대로만 되지 않는다. 에이스 투수지만 하필이면 중요한 경기에서 홈런을 맞고, 안타를 쳐서 출루하고 싶지만 실패한다. 경기를 하다 보면 뜻대로만 되지 않고 유난히 안 풀리는 날이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술술 풀리는 인생을 갈망한다. 위기와 불행, 좌절의 삶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인생은 쉽지 않다. 쉽게 가다가도 갑자기 어렵게 꼬이고 매번 꼬여 있다가도 어느 순간 잘 풀린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으며 매번 모든 일을 잘 되길 바라는 건 어쩌면 과욕이다. 야구 경기를 예측할 수 없듯 인생도 알 수 없는 법이다.


야구 경기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노자가 생각났다.




노자와 도덕경

노자는 춘추시대 초나라의 철학자이다.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였다고 알려진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그 당시에는 신체적 특징으로 이름을 짓곤 했는데 유독 귀가 크고 눈에 띄어서 이름이 이(耳)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노자는 춘추시대 말기 주나라의 관리였으나 훗날 관직을 버렸다고 알려져있다. 그는 우주 만물에 대하여 고민했던 학자다. 자신이 발견한 우주의 진리를 '도'(道)라 이름 지었고, 우주 만물이 이루어지는 근본적 이치가 곧 '도'라고 설명했다. 노자의 생애는 '사기'에 적힌 내용을 근거로 추정할 수 있는데 그의 최후를 아는 사람이 없기에 그의 생애를 정확히 알긴 어렵다. ‘사기’에 따르면 노자는 도덕의 말 5천여 언(言)을 저작했고 그 도덕의 말 5천여 언(言)이 우리에게 알려진 도덕경이다. 도덕경은 약 5,000자, 81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편 37장의 내용을「도경(道經)」, 하편 44장의 내용을「덕경(德經)」이라고 부른다.


노자의 사상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상선(上善)은 물과 같다는 주장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는 물은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가 그 곳에 머물며 약하고 순할지언정 공격해도 꿈쩍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물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만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지 않다며 상선(上善).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주장한다. 노자는 물처럼 살면 인생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도덕경 안에 잘 담겨 있다. 도덕경의 내용 중 한 문장을 소개한다.


'도덕경 33장'의 내용이다.

知人者智(지인자지) 自知者明 (자지자명)
勝人者有力(승인자유력) 自勝者强(자승자강)

타인을 아는 자를 지혜롭다 할지 모르지만, 자기를 아는 자야말로 밝은 것이다.
타인을 아는 자를 힘세다 할지 모르지만, 자기를 이기는 자야말로 강한 것이다.



만약 노자가 야구 감독이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노자가 감독이었다면 선수교체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노자가 강조한 무위(無爲)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모든 걸 맡겼을 것 같다. 선수들이 노력하면 자연스레 점수를 획득하여 승리했을 것이고, 때로는 적절한 선수 교체를 하지 않아 연패의 늪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자연의 순리이니 승리와 패배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경기에 임했을 것이다. 비디오 판독이나 간혹 있는 시비도 전혀 없이.

그리고 노자가 감독이었다면 야구 경기 곳곳에 숨어 있는 재치 있는 속임수는 전략으로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루는 절대 허용하지 않고 번트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상대의 전략을 파악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해서 스스로 발전하는 선수가 되라고 강조했을 것 같다. 자신을 이기는 자가 진정 강한 선수임을 강조하며.


가끔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고 재빠르게 선수 교체가 이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한 번만 더 믿어 주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이기고자 전략과 지략을 강구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선수의 컨디션이 정말 최악이 아니라면 기회를 주는 것도 팀의 화합과 장기적 승리를 위해 전략이라 생각한다. 지나치게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 노자의 철학이 필요할 때가 있다.

승리와 패배는 한 끗 차이다. 오늘 이겼으나 내일 질 수 있고 연승을 하다가도 연패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승리했다고 마냥 기뻐할 일도 패배했다고 마냥 슬퍼할 일도 아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144경기 중 1위를 차지한 팀의 승률은 0.613이다.(2024 KBO리그 기아의 우승 승률이다) 1위를 차지한 팀도 승리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길 때도 있었고 패배할 때도 있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대체적으로 5할만 넘으면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5할을 기준으로 플레이오프 진출도 결정되는 편이다. 절반만 이겨도 나름 성공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10번의 기회 중 5번만 잘 버텨내면 승리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애써 승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패배자의 여유도 괜찮다. 어차피 인생은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의 반복이니 말이다.

실패했다고 기죽지 말고 버티고 견뎌내면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노자가 말한 자신을 이기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밀려드는 인생의 쓴 맛을 야구를 보며 버텨본다. 그리고 그들의 경기 속에서 내 삶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힘든 오늘도 그럭저럭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말]

저는 요즘 행복한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고 직장에서도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야구를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연패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한화가 올해 잘하고 있어 참 행복합니다.

승리의 기쁨을 느껴볼 날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날도 오네요^^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은 어떤가요? 잘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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