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의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금요일까지 어떤 일정들이 나의 시간들을 채웠는지 기억할 틈도 없이 지나갔다. 제주에서 키워갈 슬리퍼스 써밋과 올해의 벨롱벨롱나우 시작을 꿈꾸며 몇 날 밤을 새워 기획안을 제출하였고, 도해치의 무령왕릉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을 위한 기획안 또한 제출하였다. 동시에 3,4월에 슬리퍼스 써밋의 이름으로 지원하고 준비해야 할 사업들의 리서치를 시작하였고 지난해 프로젝트들의 마무리 작업들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정서적인 혼란과 고민 또한 유독 많은 한주였던 듯하다.
그렇게 모든 것들이 소용돌이치듯 지나간 한주의 끝 주말에 [해]와 [치]와 함께 공주로 답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번 공주는 어땠냐고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참 따뜻했어. 마을도 사람들도 유적과 유물들도 참 따뜻해서 다시 오고 싶어.’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가 이 답사를 계획할 때까진 단순히 무령왕릉의 ‘발견’을 하고 워크숍을 통한 ‘덧댐’이 [치]의 창작과 우리의 프로젝트 진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 누구도 공주의 제민천 근처의 마을에 푹 빠져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공주에서 우리는 봉황재라는 한옥에 머물게 되었다. 아마 공주에 대한 훈훈한 인상은 그 숙소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나는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한 그곳에 비치된 마을을 소개하는 여러 권의 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 책들 속에는 어느 하나 온기를 머금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그린 자신들의 집의 모습과 그 그림들을 이용하여 만든 마을지도, 마을에서 머물고 맛보고 쉬어가고 간직할 수 있는 공간들의 소개, 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문화 예술 활동들까지.
그 책들을 [해]와 [치] 그리고 이번 여정을 함께해준 [초]에게 나누었고, 우리는 ‘마을스테이’라는 곳에서 만들어 둔 제민천 주변의 지도를 들고 걸어서 마을 곳곳을 돌아다녀 보기로 한다.
요즘은 무인 서점으로 운영을 하신다고 하는데, 그날은 운이 좋게도 책방의 대표님이 나와계셨다. 마을의 길고양이들을 배려한 밥과 물을 놓아두는 공간과 함께 아기자기 꾸며진 책방의 입구를 보자마자 우리는 빨려 들어가듯 책방의 문을 열었다. 정말 모든 곳들 하나하나 책방의 대표님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었다. 그 마음을 알아서일까 그 위에는 이전에 방문했던 방문객들의 마음이 한가득 덧대어져 있었다. 대표님이 그려두신 마을 곳곳의 스케치와 함께 ‘책방에 남겨두고 가기 위해 이렇게 까지 멋진 그림들을 그려두고 간다고?’하고 놀랄 정도의 멋진 방문 코멘트들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단순히 서적을 파는 책방이 아니었다. 책방의 대표님이 온 정성을 쏟아 잡아둔 틀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추억을 덧대었고, 그 모든 것들이 그 공간의 공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이라는 프로젝트와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공간들을 소개해준다. [도해치초]는 아메리카노를 한잔씩 시켰고 사장님은 커피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다. 겨울치고 그날은 날씨가 많이 춥진 않았지만, 맛있는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마을을 구경 다니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해]는 커피에 반해 드립백을 구매하기도 했다.
가가책방과 반죽동 247이 있는 골목에는 상점마다 상점 사장님들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이 걸려있었다. 쭉 그 흑백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니 사진 스튜디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치]가 우리도 사진을 남기는 것이 어떤지 물어봐주었고 우리는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사진관으로 들어갔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족사진들이 잔뜩 걸려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세상 개구진 포즈를 취하며 방긋방긋 웃으며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찍어주신 사진들 가운데 4장을 고르게 되었고, 랜덤으로 가위바위보를 하여 한 장씩 나눠가졌다. 지금은 내 화장대에 세워져 있는 우리의 사진이 마음에 쏙 든다.
아파트 단지 하나 크기라는 작은 마을엔 여러 개의 독립 서점들이 있었다. 느리게라는 이름의 책방에 들려 책을 보기도 하고 고요하면서도 포근한 산책을 즐겼다. 내가 이 마을을 따뜻하다 기억하는 이유 중에는 골목들의 작은 표지판, 조형물, 켈리그라피 등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가 많은 마을이라 고양이들을 표현한 조형물들도 많았고 방문한 사람들이 문화 공간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가지 않도록 길가에 나무 표지판도 세워두었다. 급하게 지나가다 보면 찾지 못할 표시들 일 수 있지만, 그런 사소한 배려들이 느껴지면서부터 마을과 더 가깝게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기억하고 싶어 졌다.
외형은 1960년대 근대 한옥의 모습을 보존하였지만, 내부와 객실은 숙박객들이 머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개조한 한옥 숙소라고 한다. [도해치]는 한옥의 정취와 온돌방의 펄펄 끓는 바닥에 등을 지지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그 감성을 위해 이 숙소를 선택하였고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 입실과 동시에 봉황재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안내사항 속 마을 소개와 맛집 추천부터 배치해두신 책과 방안의 모든 비품들까지 모든 부분 신경 써주시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다. 우리의 쉼 없이 달려온 일주일의 끝의 답사 및 휴식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곳이었다. (다음엔 도해치는 물론 사부자기들과도 방문하고 싶다.)
마을에서의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두고, 다음 글에서는 무령왕릉과 국립공주박물관의 답사 그리고 우리의 두 번째 워크숍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도해치]의 [도]
기획자 도연희
도해치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collective.dohachi?igshid=e6v9umk205al
도해치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