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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심장 May 23. 2024

해고, 권고사직 시 QA 공유(W/ 5명 노무사 상담)

해고 통보 스물 네번째 날

나는 내가 나가는 시점이 되면 회사가 조용할 줄 알았다. 사실 이번 시점에 나가는 건 나 혼자가 아니기도 하고, 같은 시기에 퇴사하신 분들은 이미 지난주에 마무리했기 때문에 이번주는 별 이슈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와 누군가의 퇴사는 또 다른 파장을 회사 내에 몰고 오고 있다. 참... 이게 끝이 없는 듯 하지만.


일단, 오늘은 나처럼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혹은 강요스러운 권고사직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QA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정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돈을 들이고 시간을 들여 노무사들과 계속 상의했기 때문에 적어도 80% 이상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종료했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료 상담을 해주는 곳도 있지만, 무료 상담은 무료 상담인 이유가 있을거다... 그리고 검색에 검색을 더 하다 보면 뭐가 맞는지도 명확하지 않을 수 있어서, 일단 내가 여러 노무사들과 한 가지 이슈를 가지고 묻고 답한 내용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엣헴!





[전쟁을 시작하기 전 준비물]

1. 녹취를 비롯한 여하튼 모든 기록(소장할 수 있는 그 모든 것)

2. 차분한 마음

3. 약간의 투자금


1. 에 대해서는 녹취뿐만 아니라 메신저 캡처, 출퇴근 기록이 남는다면 그것도. 여하튼 나를 트집 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기록으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2. 는 진짜 필요하다. 나도 처음에 못 했던 거고 거의 중후반까지 나를 괴롭히던 것이긴 한데 이건 '본인의 선택'인 것 같다. 나는 어지간하면 날을 세우지 말고 적당 선에서 타협하자는 마음과 이건 너무 억울한데? 아니 이건 선을 넘었는데? 하는 마음, 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어느 쪽이 더 득일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높낮이에 따라 차분하게 대했던 것 같다. 인간적인 배신감은 배신감이고, 일단 실리가 중요하다면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말 것! 화내지 말 것!


3. 은 마지막에 말해줄게요-




Q. 녹취는 불법이라던데요?

A. 웃기는 소리. 내가 있는 녹취는 증거물로도 충분해요.


물론 사괴 같은 특별 케이스는 일반화시키면 안 된다. 나처럼 평범한(?) 과정 안에서, 본인 포함일 때만 가능. 실은 이 사태 있기 며칠 전에 무단 녹취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 어쩌고 공지가 떠서 모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보니 밑밥이 아니었을까..  나도 겁먹었지만, 노무사 모두에게 물었을 때 녹취는 가능하다 못해 필수였다.


Q. 무조건 그냥 나가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계속 근무하겠다고 답하시면 돼요. 너무 강경하게 밀어붙이면 "일단" 알겠다고 대답해야지, 알겠다고 대답하는 순간 자발적 퇴사로 분류될 가능성이 큽니다. 가라고 해서 그냥 집에 오시면 안 돼요! 생각해 보겠다던가, 일단 알겠다라고 하고 시간을 버세요. 놀라서 생각이 멈출 수 있으니, 시간을 벌어두세요.

억울하게 나가는 것도 서러운데, 실업급여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Q. 대기 발령을 받을 것 같은데 무조건 무급인가요?

A. 사유에 따라 무급 / 70~80%/ 100% 지급된다고 해요. (회사 출근 시 100%) 일단 징계성인지를 봐야 하는데, 징계라고 해도 구두로 야, 너 징계야! 가 아니라 서면으로 정식으로 내려와야지, 말로 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랍니다. 그러니 내가 쿡- 찔릴 정도로 잘못한 게 아니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https://blog.naver.com/nomusa79/223407798126 참고 자료입니다.


Q.  해고하고 나가라고 하는데, 일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럼 일 안 해도 되나요? 태업해도 되나요?

A.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네요. 회사에는 내가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야 합니다. 엄청 열심히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농땡이 피우거나 태업하지 마세요. 주변의 눈도 있으니까요. 제일 중요한 건 근태입니다!


Q. 연차를 쓰고 나가는 게 좋나요, 퇴사 후 수당으로 받는 게 좋나요?

A.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뭐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네요. 저는 마지막 날까지 정상 근무하고 수당으로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결정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연차 소진으로 1년 근무 일자를 넘겨서 퇴직금을 더 받을 수도 있고, 저처럼 수당처리가 더 득일 수도 있어요.


Q. 연차를 회사에서 강제 소진하게 해요. 어떻게 해요?

A. 회사에서는 강제로 절대 절대 쓰게 할 수 없어요! 연차가 사라졌다는 것도 거짓말이에요! 다 법적으로 다투면 복원할 수 있어요. 다만, 연차소진촉진 안내 공지를 서면으로 받으셨다면 이건 쫌... ㅠ


Q. 그래도 나오지 말라고 해요. 그럼 나오지 않아도 되나요?

A. 이쯤 되면 녹취는 하셨다는 의미겠죠? 그럼 연차를 소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 강제로 출근하지 못하게 한다 하면 회사는 휴업수당이란 것을 지급하게 됩니다. 즉, 연차 수당 안 주려고 머리 쓰다가 휴업수당은 휴업수당대로, 연차수당은 연차 수당대로 나가게 될 거예요. 다만, 저도 이것까지 가진 않아서 안 알아봤는데 휴업수당으로 남은 일수를 채우면 아무래도 통상 임금 70%니까 퇴직금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여기까진 노무사님께 안 여쭤봤습니다!


Q. 통상 권고사직 위로금은 몇 개월이에요?

A. 통상 3개월이라고 해요. 하지만 정말 이렇게 주는 회사는 드문 것 같고~ 해고예고수당이라고 해서 퇴사일자 -30일 이전에 말하면 한 달 치 월급을 줘야 해요. 그래서 간혹 이번달까지 근무하는 걸로 해서 돈 줄 테니까,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엄-청 생색내지만 실제로는 이건 꼭 줘야 하는 금액!

해고가 아니라 권고사직이라면 위로금을 받을 수 있지만 꼭 주는 건 아니래요.

즉,
해고 = (한 달 안 되게 말했다면) 해고예고 수당(이건 꼭 받는 거!)

권고사직 = 위로금(줄수도.. 안 줄수도... 필수 아님. 이건 회사 맘)

그래서 어정쩡하게 권고사직 위로금 못 받을 것 같다 하면 "그냥 해고해랏!"하고 버텨도 돼요. 결국은 회사가 지는 싸움이니까요.

      

Q. 자꾸 자발적 퇴사를 퇴직 사유로 쓰라고 강요합니다.

A. 안 쓰시면 됩니다. 계속 강요하시면 직장 내 괴롭힘이다,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시고 그 모든 대화 내용을 꼭 녹취하세요. 서글픈 일이지만, 이 관련 일이 터지신 시점에서는 녹취는 늘 켜고 다닌다 생각하셔도 무방하시지 싶습니다.


Q. 출근해도 업무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A. 1) 적절한 업무를 지급해 달라 요청하라는 조언

    2) 알겠다고 대답하라. 다만, 녹취로는 꼭 남기세요~





사실 꿀팁은 '일단' 알겠습니다. 이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황하면 어버버 하다가 알겠습니다, 해버리는데 이 알겠습니다 I understand가 아닌 Yes 혹은 동의한다는 의미로 사측에서 받아들이면 이제 복잡해지는 거다. 그래서 노무사님께서 알려주신 꿀팁이 '일단 알겠습니다'였다. 그건 내가 들었어, 이해했어. 하지만 동의는 아니야.라는 의미이라고 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3번을 이제 말하려고 한다.


나의 케이스는 생각보다 걱정과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대기발령까지 가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좀 받긴 했어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까지 번지지 않았다. 임의로 회사에서 사용처리한 것도 정당한 과정을 통해 복원시켰을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강제 연차 소진을 거부했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치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권고사직 위로금도 원하는 만큼은 아니어도 처음 회사에서 제시한 것에 대해 바로 수긍하지 않고 계속 시간을 가지며 협의한 까닭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협의를 진행한 인사팀장님과의 특수 관계 때문에 더 세게 밀어붙이기가 어려웠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었다.


즉,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여기에 나와 있는 건 그저 다섯 명의 노무사가 가장 기본적인 기준으로 안내받은 걸 정리해서 공유한 거고, 정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면 꼭 일부 돈을 들여서라도 실제 노무사에게 코칭을 받으라는 거다.


내가 이용한 플랫폼은 네이버 엑스퍼트였고 비교적 1~2만 원 대면 충분히 노무사와 상의할 수 있다. 시간 제약이 있긴 하지만 내가 이야기 나눈 노무사들은 시간에 굳이 구애받지 않고 충분하게 상황에 대해 안내해 줬다. 다만,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들을 게 아니라 두 명 이상의 노무사와 상담해 보길 권유한다. 경험치나 상황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너무 노무사가 불성실하게 대답했다거나 도움이 안 되었다는 답변도 있는데, 내가 생각할 때는 자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길게 늘어놓는 경우에는 그 상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 아니려나... 하는 게 일부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노무사와 상의할 때 녹취여부, 주요 키워드, 내 조건, 사측 조건을 표로 만들어 시간대별로 정리한 이미지 파일을 공유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내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먼저 정리하고 물었다. 그러니 오래 걸리지 않았고 오히려 꿀팁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그러니

1. 녹취든 문서 캡처든, 뭐든지 간에 여하튼 이 사태가 시작되면 자잘한 것도 상관없으니 편집증 환자처럼 긁어모으고

2. 대신 마음은 차분하게, 흥분하거나 억울하다고 화를 내지 말고, 폭주하지 말고 일단 알겠다 대답하고는

3. 노무사를 통해 전략 짜기를 도움받으면 어떨까 싶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무게추를 기울여 협상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부디 누군가에겐 이 정리가 도움이 꼭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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