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보석 10
우리 엄마 김화자
엄마는 트롯을 좋아한다. 특히 장민호를 좋아한다.
장민호를 좋아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장민호가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예쁘다고 하셨다. 둘째, 장민호 어머니와 우리 엄마의 이름이 같아서다. 셋째,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해서 좋다고 하셨다. 여든이 넘은 엄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장민호 콘서트를 보여 드리기로 결심했다. 장민호 콘서트를 검색하자, 서울, 전주, 대전, 부산, 인천, 용인이 나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인천으로 예매를 했다. 엄마는 콘서트 갈 생각에 매일 설레하셨다.
장민호를 만나기 위해 엄마가 경기도에 오셨다. 아들(장민호)을 볼 생각에 새로 코트도 구입하시고, 예쁘게 단장하셨다. 동그란 모자를 쓴 엄마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귀엽다. 아빠는 콘서트를 좋아하지 않으시지만 엄마가 좋다고 해 동행할 뿐이다. 콘서트장 입구에서 야간봉을 사고, 굿즈도 샀다. 장민호 사진 앞에서 사진도 찍어드렸다. 혹시나 장민호가 무대 아래로 내려올지도 몰라 복도 자리에 엄마가 앉았다. 앞뒤에 앉은 사람들 모두 민트색 옷을 입고 있었다. 장민호 팬클럽들은 민트색인가 보다.
엄마가 아주머니들에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에서 민호 보러 왔어요."
"어머 그러셨군요. 우리 민호가 강원도는 안 가죠?"
"제가 민호엄마랑 이름이 같아요."
엄마는 묻지도 않은 말을 꺼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야기를 들은 아주머니의 엄마도 '김화자'라며 웃는다. 갑자기 '김화자'라는 말에 주변이 웅성거린다. 이렇게 많은 '김화자'를 만나기는 처음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엄마는 수술한 두 팔을 높게 치켜들며 야간봉을 흔들었다. 엄마가 염려되고 이 순간 엄마의 표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진과 동영상을 담았다. 엄마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아빠는 그저 점잖게 앉아서 음악 감상을 할 뿐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남자어르신들 표정이 똑같다. 무표정. 아빠와 사정이 비슷해 보여 웃음이 절로 나온다.
트롯과 댄스곡을 여러 곡 부르던 장민호가 어머님과 아버님을 위한 곡을 준비했다. '소원', '눈물이 뚝뚝' 잔잔한 노래에 맞춰 야간봉이 좌우로 천천히 움직인다. 아빠를 쳐다보자,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민호 녀석, 나를 울리네......"
할머니는 65세라는 나이에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다. 아빠는 항상 불쌍한 '우리 어머니'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이후 아빠는 장민호가 마음에 드셨는지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모님의 시간여행을 지켜보았다.. 20대, 30대, 40대를 지나 지금 여든 살로 돌아올 때까지 2시간이 걸렸다. 부모님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웃고 울고를 반복했다.
장민호라는 아들이 보여주는 재롱에 흐뭇해하셨다. 콘서트 장에는 노래가 끝날 때마다 "장민호!"를 외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어르신들만 가득한 콘서트 장은 특별했다. 안전하고, 체계가 있었으며 따뜻한 온기가 넘쳤다. 모두가 장민호라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두 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곡인 '홀씨'를 함께 불렀다.
그대 사랑은 꽃입니다
영원히 피어 있을 겁니다
그대 고운 사랑 홀씨가 되어
어딜 가든 꽃이 될 테니
슬퍼 말아요 슬퍼 말아요
꽃이 진다고 슬퍼 말아요
기억 속에서 잊힐까 봐
너무도 슬퍼 말아요
또 다른 그대란 꽃은
그 어디선가 웃으며 피었을 테니
온 세상 그대의 향기
그 사랑 우리 영원히 잊지 못해요
그대는 지지 않는 꽃이니
너무 슬퍼 말아요
영원히 기억할게요
처음 들어본 노래 가사가 귀에 꽂힌다. 앞으로 부모님을 생각하면 장민호의 '홀씨' 노래가 떠오를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장민호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웃고 울던 부모님의 모습이 영원히 기억창고에 쌓여, 보고 싶을 때 꺼내어 볼 거다.
앵콜곡을 부르자, 어르신들이 무대 앞으로 천천히 나간다. 여든이 넘은 엄마도 따라간다. 서로 양보하며 연세가 많은 엄마를 스탠딩 맨 앞에 설 수 있도록 양보하며 손을 잡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감동이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대화를 나눠보았다.
"엄마 오늘 어땠어요?"
"재밌고, 즐겁고, 행복했어. 딸, 고마워. "
"엄마가 행복했다니 나도 좋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사랑해."
엄마 얼굴의 웃음꽃이 활짝, 아빠 얼굴의 추억꽃이 활짝, 내 얼굴에도 보람꽃이 활짝 피었다.
"엄마 또 하고 싶은 거 있어?"
"없어."
"엄마가 기뻐할 수 있는 것들 네가 또 찾아볼게. 기대해!"
엄마는 그렇게 나를 꼭 안아주었다. 효도가 별 건가.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주면 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부모님과 함께 할 기회는
바로 지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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