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보석 12
"엄마, 이번 주 찜질방에 친구랑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주실래요?"
한동안 '찜질방'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자주 갔었다. 재밌게 놀고 돌아오면 항상 열감기로 고생하는 아이로 인해 찜질방은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익숙지 않은 공간은 설렘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함께 공존한다. 아이의 마음을 알기에 주말 하루를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주기로 했다. 덕분에 나에게도 휴식이 찾아왔다.
어디를 갈지 검색 후 최종 선택한 찜질방은 화성시 위치한 지하수 100% 천연 온천인 '하피랜드'다. 네이버로 한 시간 전에만 예약하면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성인 13,000원 -> 10,900원, 소인 11,000원 -> 9,200원) 찜질복으로 환복 후, 찜질방으로 올라갔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가슴이 뛰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배가 아우성이다. 찜질방을 빠르게 둘러본 후, 아이들에게 메뉴를 묻자,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대답한다.
"찜질방은 컵라면, 구운 계란, 식혜죠."
한쪽 눈썹을 올리며 이야기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각자 좋아하는 새우탕, 왕뚜껑, 짜파게티, 구운 계란, 식혜를 샀다. 능숙하게 컵라면을 뜯고 수프를 넣다가 그만 쏟는 실수를 했다. 어이없는 실수에 멋쩍었는지 눈을 질끈 감으며 입꼬리를 올린다. 애교스러운 표정에 그저 웃음만 나온다.
소란스럽게 준비하던 우리는 순식간에 컵라면, 구운 계란, 식혜를 비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찜질타임이다. 하피랜드에는 불한증막, 황토불가마, 얼음동굴방, 소금불가마, 스톤테라피, 족욕이 있다.
불한증막은 난이도가 상이다. 온도가 98.1도로 가장 높고, 동그랗게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높이는 3미터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잠깐만 들어가 있어도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린다. 수건은 필수다. 닦고 또 닦다 보면 개운함이 느껴진다. K는 10초 만에 나갔고, 겨울이는 입구에서 달아났다.
얼음동굴방에서는 쏟아지던 땀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체온이 유지된다. 시원한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아이들은 춥다면서도 제법 앉아 있었다.
소금불가마에는 동그란 돌들 위에 매트가 깔려있었다. 뜨거운 돌 위로 걸어가는 게 힘든지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소금은 독소를 제거해 주므로 잠시 앉아 찜질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뜨거운 공기에 답답한지 금세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스톤테라피는 온도가 높지 않아 조용히 잠을 청하기 좋다. 그래서인지 돌침대 위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황토불가마의 온도는 46도다. 적당한 온도에 우리는 무언의 007빵과 묵찌빠를 했다. 바디랭귀지만으로 하는 게임은 우리를 자꾸만 웃게 만들었다.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해 그곳에서 부랴부랴 나왔다.
이번에는 족욕을 하기로 했다. 발을 살짝 담갔는데 온도가 장난이 아니다. 발이 익고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지었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넣었다가 경악했다.
"엄마, 너무 뜨거운데요?"
"도대체 왜 하시는 거죠?"
"발은 제2의 심장이잖아. 뜨거운 물에 담그고 있으면 혈액순환에 좋고, 체질적으로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아. "
아이들은 여러 번 도전 끝에 발을 넣는 것에 성공했다. 갑자기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이제 발은 괜찮아졌지만, 물의 경계 지점인 다리가 따갑다고 했다. 아직 연약한 아이들의 살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온도다.
땀을 빼고 먹는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최고였다. 아이들도 만족스러운지 찜질방에 푹 빠진 느낌이 들었다.
게임존, 코인 노래방, 스티커 사진, 만화책까지 있어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공간이다.
빈백존에는 대형스크린이 있어 영화를 보기에 딱이었다. 자리로 돌아온 아이들은 둘만 아는 언어를 주고받으며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나도 챙겨 온 책을 펼치며 나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은 2시간 만에 끝났다. 챙겨 온 책이 없어 밀리의 서재에서 태수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를 읽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책을 읽다 잠이 들었는지 벌써 5시가 넘었다.
"엄마, 저녁은 회전초밥 먹으러 가요!"
자주 웃는 놈이
좋은 인생이다.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