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보석 13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드라마를 보며 우는 횟수가 늘어났다. 3월 내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폭싹 속았수다>를 보는데, 어디선가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나오려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남편이 안경 너머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남편의 눈물샘을 터트린 장면 1
애순모(전광례)가 영정사진을 찍으러 시어머니와 함께 사진관에 가 부탁한다.
"한규 자식이 할머니 나 고달프다고 하면 딱 1번만 도와주소."
어느 날, 애순은 할머니를 찾아와 말도 못 하고 계속 울기만 한다. 애순모(전광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할머니는 애순에게 배를 사준다. 애순모(전광례)는 어떻게 알았을까. 부모라고 자식을 다 알 수 없을 텐데.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남편은 이 장면에서 울고 또 울었다.
남편의 눈물샘을 터트린 장면 2
동명의 죽음으로 처음 무쇠가 무너졌다. 묵묵히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던 관식은 자신이 축대를 쌓으러 가서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한다. 금명은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은명은 애기를 데리고 오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자책한다. 애순은 방파제에 세운 것이 자신이라며 오열한다. 아픔을 나누지 못하고 꽁꽁 숨기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못해 아렸다.
남편의 눈물샘을 터트린 장면 3
동명의 사망신고서를 작성하는 모습에 남편은 형의 사망신고, 아버지의 사망신고할 때가 떠올랐는지 감정을 쉽사리 추스르지 못했다. 사망신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할 때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 마음이 쓰렸다.
남편의 눈물샘을 터트린 장면 4
마지막화에서 무쇠가 무너진다. 관식과 애순이 함께 병원에 다닌다. 관식의 눈에는 불친절하게 애순을 대하는 병원 사람들이 보인다. 누구 하나 다정하지 않음에 화가 난 관식은 딸 금명을 보자, 병원에 올 때는 무조건 같이 오라며 소리를 지른다. 미래 애순의 모습이 보여 마음이 괴로웠나 보다.
아빠가 항상 하던 말이 있다. 그동안 키워줬으니 병원에는 동행해 달라고 하셨다. 그것이 자식의 도리임을 강조하셨다. 빠르게 변화는 문화를 어른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어릴 적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드려야 할 시점이다. 이후 아빠와 데이트하듯이 병원에 함께했다.
관식은 애순에게 세 가지 중 한 가지는 꼭 해준다고 약속했다.
첫째, 육지로 가는 것이다.
둘째, 대학을 보내주는 것이다.
셋째, 시인이 되는 것이다.
관식은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며 애순의 문학적 토양에 시적 자양분이 되어 준다.
아낌없는 사랑, 한결같은 성실함, 헌신을 통해 최고의 남편, 든든한 아버지로 살았다. 관식이 죽은 후 애순은 시집을 완성하고 시인이 된다. 이후 할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애순 선생님'으로 불린다.
인생 진짜 고해봐야 하는 거지. 중간에 때려치웠으면 어쩔뻔했어. 살아보기를 천만 다했지. 인생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가는 줄 알았더니 아니야. 그냥 때때로 봄이었던 거 같애. 수만날이 봄이었더라. 반짝반짝한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
남녀노소 3월 내내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했습니다)>를 보며 웃고, 울었다. 이 드라마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었기에 미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최고였다.
보는 내내 지금껏 살아온 삶을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부모가 열심히 살면 자식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남편의 사랑이 담긴 눈물이 흐르고 또 흐른다.
사는 게 힘든 분들께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삶이 다르게 다가올거라 자신있게 말해본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영리하고 똑똑하다는 뜻)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풀 무쇠'관식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12부작 시리즈다. _2025. 03.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