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아이 학교 옆으로 이사를 했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가 잘 구비되어 있다. 우리 아파트에도 골프연습장, 헬스, 탁구장이 있다. 월 회비는 2만 원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남편은 이사 온 후 골프에 급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유튜브를 보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남편의 간절함이 닿았을까. 오빠가 쓰던 골프채를 줬다. 남편은 채가 생겼다는 기쁨에 퇴근 후 매일 연습장으로 향했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자신의 자세를 찍어서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남편이 이처럼 집중하며 몰입하는 것은 스키탈 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반가웠다.
결혼을 결심했을 때 남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결혼이란 지금껏 혼자 성장하다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서로를 믿어주며 지지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남편은 나의 뜻을 받아들였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했다. 나 또한 성장을 멈추지 않고 도전했다.
그렇게 연습하는 남편이 짠했을까. 이웃분들이 하나둘 조언을 해주셨고, 남편은 조언에 따라 자세를 바꿔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갔다. 매일 똑딱이를 연습하던 남편이 자신과 맞는 골퍼를 찾았다. 다름 아닌 유튜브 채널 출근길 허석프로다. 출근길에 남편은 유튜브를 보며 자투리 시간에 스윙 연습을 했다. 남편에게 허석프로의 설명이 잘 맞아떨어졌는지 남편 실력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었다.
두 번째 라운딩을 가던 날 지인들은 깜짝 놀랐다. 첫 라운딩에서 헤매던 사람은 어디 갔냐며 농담을 했다. 그렇게 남편은 골프의 재미를 느끼며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필드에 나갔다 올 때마다 남편은 골프장에 멋진 사진을 담아와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평범한 날 남편이 말을 건넨다.
"자기도 골프 배워 볼래요? 부부가 함께 라운딩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함께 치고 싶어요."
남편의 마음은 알지만 골프는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매번 거절했다. 우리의 수입이 뻔한데 나까지 비싼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거절을 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활동이 제안되었다. 답답함을 느끼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이 전화해서 대뜸 말을 한다.
"레슨 저렴한 곳을 발견했어요. 우리 상담만 받아 봐요."
얼떨결에 남편을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 나이가 지긋하신 프로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앞으로 부부가 함께 할 운동으로 골프만 한 운동이 없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