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트라는 사이트는 접근성이 매우 높았다.
무언갈 검색하면 그 사이트로 연결이 됐기도 했고, 유명한 수학 강사 현우진도 그 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리는 걸 봤으니까.
그곳은 카테고리가 정말 다양했고, 내가 다니는 학원의 갤러리도 따로 존재했다.
학원의 명성이나 규모를 생각하면 갤러리가 따로 있다는 게 납득이 되었다.
사람의 지목이나 정보공유 면에서도 편해서인지, 학원 선생님들 중 몇몇 분은 간혹 우스갯소리로 그곳에서 자길 불러내지 말라고도 했다.
재수생의 에타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 타과목 선생님들도 디시인사이트에 관해서 얘길 하셨을 때
휴일날 그 사이트를 접속해보았다.
의외로 공부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선생님 얘기, 같은 반 애 뒷담화, 급식 이야기 등등이 있었고,
가장 많은 이야기는 “작마”이야기였다.
작마는 쉽게 말해서 이상형 같은 뉘앙스였다.
호감 가는 애, 친해지고 싶은 이성 이런거.
그런데 그곳에 정확하게 나로 특정되는 글들이 몇 개 있었다.
특징을 정리해놓은 글도 있었다.
어두운 푸른 염색의 긴 머리, 얼굴 하얗고 무쌍, 나이 많음, 독서실 좌석 번호, 인싸재질, 체형이 예쁨, 과탐 선택 물2를 함, 어떨 때 보면 예쁜데 어떨 때 보면 영 별로임
나는 태어나서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인데
100명이 넘는 우리 반에서 눈에 띄고 예쁘다, 말 걸어보고 싶은데 고민된다 등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보는 눈도 꽤 많았어서인지, 내가 어딜 돌아다니고 조퇴를 계속 해서 걱정된다, 나이가 많더라, 담임이랑 무슨 이야기를 한다, 몇 번 자리에서 자습을 한다 등의 사소한 것들까지 언급이 되었다는게 이해할 수 없었다.
뒷담화나 저격 같은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론 그렇게 봐주고 있었다니 고마운 마음도 들었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또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아직 예쁜 여자를 못만나봐서
잘 몰라서 저러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등등 만감이 교차했다.